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에 이어 중남미 국가들까지 중국의 저가 수입품 공세에 맞서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현지 시간) “중남미 국가들이 잇따라 중국산 수입품에 엄청난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과 유럽의 전철을 밟고 있다”며 “이는 그간 (중국과의) 우호적인 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앞서 브라질 정부는 조만간 합금 제품 11종에 대한 수입 쿼터제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한 소식통을 인용해 “(브라질 정부가) 공식 발표에서 중국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조치는 지난해 중국으로부터 선적량이 62% 급증한 데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칠레 역시 중국산 철강에 최대 33.5%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으며 멕시코와 콜롬비아 등도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유럽이 대중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따라 중국이 ‘저가 공세’ 타깃을 중남미 국가들로 전환한 데 따른 것이다. 중남미철강협회인 알라세로에 따르면 중국은 연간 85억 달러(약 11조 6000억 원) 규모의 철강 1000만 톤을 중남미 지역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는 2000년(8만 500톤)과 비교하면 폭발적으로 늘어난 수준이다. 블룸버그는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를 택하면서 (중국과 중남미 국가 간) 관계도 시험대에 올랐다”며 “중국산 수입품의 홍수로 중남미 철강 생산업체들은 폐업하고 140만 개 일자리가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중국 수입품을 배척하는 움직임이 ‘세계 최대 소비국’의 수요에 의존하는 수출형 소규모 경제에는 되레 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상대국의 대중 조치가 불공정하거나 일방적이라고 간주되는 경우 농산물 및 제품 수입을 중단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다. 캐나다가 2018년 미국의 요청으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체포하자 중국의 캐나다 업체 2곳의 카놀라 수입을 차단한 바 있다.
중국이 이들 국가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 싱크탱크 인터아메리카다이얼로그에 따르면 중국이 2003~2022년 중남미 지역의 에너지와 운송·광업 등 산업 전반에 투자한 자금은 1875억 달러에 이른다. 중국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브라질에서 아시아 외 첫 공장을 짓고 있으며 연내 멕시코 공장 계획 역시 발표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개발은행과 중국수출입은행은 2005년부터 중남미 지역에 1360억 달러의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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