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16일 전산 사고 재발 방지 점검 회의를 열고 주요 정보 시스템의 철저한 모니터링과 품질 제고를 약속했다. 올 1월 범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디지털행정서비스 국민신뢰 제고 대책’이 무색하게 발생한 ‘정부24’ 오발급 사고 재발 방지 대책이다. 이는 사고 방지를 위한 관리 대책일 뿐 공공 행정 서비스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SW) 구축과 운영 예산 확충이 우선돼야 한다.
최근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는 ‘2024년 SW 사업 대가 산정 가이드’를 발표했다. 가이드는 공공SW사업 예산 수립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수주자(기업)와 발주자(정부)는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이번 가이드에서 기능점수(FP·Function Point) 단가는 60만 5784 원으로 기존보다 9.5% 인상됐다. 기능점수가 처음 도입된 2010년 이래 최대 인상 폭이다. 기능점수는 SW 개발 규모 측정 단위로 사용자에게 제공되는 SW 기능 산정 후 기능점수당 단가를 곱해 개발비를 산정한다.
그간 협회는 늘 사업 대가 인상을 기대했으나 공공사업의 특성상 제약이 많았다. SW 기업들은 예산의 한계로 이윤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인건비와 물가 인상분 등 원가 정도만 현실에 근접하게 인정받았다. 그러다 보니 80억 원 이상 공공SW사업에서 2건 중 1건은 유찰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 인상에 대해서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일부 의견이 있고 예산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가 한정된 자원을 최적화하는 과정에서 원망을 듣기도 했다.
이번 가이드 개정은 기재부·행정안전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우리나라 경제를 책임지는 3개 부처의 대승적 결정의 결과물이다. 공공 정보 시스템 정상화 전제가 대가 인상이라는 행안부의 결단과 기업과 개발자의 더 나은 삶이 곧 국가 경쟁력이라는 과기정통부의 설득, 그리고 예산 절감을 중시하는 기재부의 협조가 있었다. 각각의 입장에서 치열한 검토와 논리로 대가 인상에 따른 파급효과를 분석했음은 물론이다.
글로벌 경제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세계로 전환되고 있다. SW 제품 구매·설치와 개발에서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구독 서비스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SW도 발맞춰 변화하고 있으며 SW 사업 대가도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 SW 업계는 과기정통부와 함께 디지털 전환(DX)과 챗GPT로 대표되는 생성형 AI에 대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SW 구축·구매 방식에서 서비스 구독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이번 기능점수 인상 폭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정부의 안정적인 공공 정보 시스템의 운영, 새로운 기술 개발과 활성화에도 수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정부를 보면서 아쉬움도 조만간 해소될 것이라고 믿는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듯이 사업 대가의 기준 상승은 그 자체로 호평받을 만하다. 과거 상용SW 유지 관리 요율의 꾸준한 개선으로 인한 실지급 요율의 최저 기준 상향과 같은 효과를 불러올 것이다.
이번 대가 인상을 계기로 정부와 SW 업계는 함께 지속 가능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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