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중순 국방부가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한미연합훈련 장면을 공개했다. 일명 ‘참수작전(지휘부 제거·납치)’ 부대 훈련으로, 북한이 가장 경계하는 훈련 중 하나다. 유사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포함한 북한군 수뇌부 제거를 목적으로 하는 훈련이다. 언제든 북한 최고 지휘부를 신속히 제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일종의 ‘퍼포먼스’를 대외적으로 과시한 것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당시 육군 특전사를 찾아 훈련을 직접 참관하고 특수전 부대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기도 했다. 북한이 지난해 말부터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주장하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상황에서 현직 국방부 장관이 8년 여 만에 참수작전 부대원을 만나 격려함으로써 북한을 향해 언제든 은밀하게 참수작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를 날린 셈이다.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김정은 참수작전(지휘부 제거·납치) 부대, 육군 특전사 제13특수임무여단(특임여단)은 과연 전투력이 어떻게 될까. 검은 표범을 의미하는 ‘흑표(黑豹)부대’로 불리는 제13특임여단은 임무 특성상 훈련과 장비 모습 등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4000만원 짜리 4안 야간투시경 착용
그나마 이들의 전투력을 유출해 볼 수 있는 공개된 영상이 있다. 지난해 육군이 공개한 1분40여초 분량의 흑표 부대 훈련 장면이다.
강원도 인제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KCTC)에서 실시된 훈련으로 레이저를 활용한 마일즈 장비를 장착한 소총과 최신 전투장구류 등으로 무장한 흑표부대원들은 다양한 구조의 콘크리트 건물들로 구성된 시가지 전투 훈련장에서 실전적 훈련을 하는 모습이 담겼다.
훈련은 철조망을 절단하고 건물 출입구를 폭파한 뒤 내부에 진입하거나, 부서진 승용차 뒤에서 교전을 벌이며 가상의 적을 제압하는 장면이 나온다. 특히 영상에 등장한 흑표부대원 장비 중 방탄헬멧 윗부분에 커버(천)에 덮인 채 튀어나온 직사각형 장비가 눈길을 끈다.
이 장비는 빛을 증폭해 보여주는 ‘광(光)증폭관’이 4개나 달린 4안 야간투시경 ‘GPNVG-18’다. 미국 L3 테크놀로지가 만든 GPNVG-18은 광증폭관이 4개가 달려 있다. 이를 양눈으로 보며 약 100도의 수평 각도에서 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이에 반해 현재 우리 군의 주력으로 사용되고 있는 야간투시경 ‘PVS-04K’은 광증폭관이 1개만 달려 있다.
문제는 GPNVG-18 개당 가격이 4000여만 원에 달해 PVS-04K보다 10배나 비싼 가격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군 당국은 400여억 원의 예산으로 1000개의 GPNVG-18을 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모델은 2011년 미 최정예 특수부대 데브그루 요원들이 빈 라덴을 사살한 ‘넵튠 스피어’ 작전에서 착용하고 야간작전을 벌여 유명해졌다. 특수 작전 과정에서 GPNVG-18 성능이 매우 뛰어난 것이 증명되면서 우리 경찰특공대도 이 장비를 도입했다.
뿐만 아니라 흑표부대원은 임무 특성상 벽 투시 레이더와 차음 헤드폰, 경량 방탄복과 신형 방탄헬멧, 생체 인식기 등의 각종 첨단 장비들을 무장하고 있었다. 적 목표물에 침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벽 투시 레이더’는 벽을 투과해 내부를 볼 수 있는 장비다. 대테러 및 특수타격 작전 중 적 위치 식별과 인원에 대한 정보획득으로 작전 성공률을 높여주는 반드시 필요한 무기 체계다.
적 조준사격 방해하는 ‘전술플래시’ 갖춰
수류탄과 같은 위력을 갖는 유탄 6발을 연속으로 발사할 수 있는 ‘6연발 유탄발사기’도 활용하고 있다. 특히 적과의 교전 중에 지휘부와의 안정적인 연락을 취할 수 있게 지원하는 ‘차음 헤드폰’을 착용했다. 총성과 폭음 등 전장 소음 속에서도 무전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장비다.
또 작전 진행 동안 실시간으로 본부의 상급 지휘관들과 상황 정보를 공유하게 해주는 ‘영상 전송장비’는 물론 적에게 일시적인 잔상 효과를 줘 적의 조준사격을 방해하고 아군의 생존성을 향상시키는 ‘전술 플래시’ 등도 갖추고 있었다.
특히 적 지휘부를 정확히 제거했는지 판단하는 ‘생체인식기’는 보유하고 있다. 생체인식기는 적 핵심 인물을 사살한 뒤 신원을 현장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를 들어 김정은 등 북한의 주요 제거대상 인물의 지문과 혈관, 홍채, 얼굴 등 생체정보를 확보해 제거 작전 후 현장에서 임무 완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미 최정예 특수부대가 빈 라덴을 사살한 뒤 이 같은 방식으로 신원을 확인하고 임무 완수 여부를 현장에서 판가름했다.
훈련 영상에서는 특임여단 요원들에게 지급된 총기의 경우 K-1A 기관단총, K-2C1 소총, K7 소음기관단총 등 기존 한국군의 총들을 갖고 훈련을 실시하는 모습을 담겼다. 물론 개량형 개머리판과 피카티니 레일, 조준경 등을 갖춰 구형보다 개량된 모습을 보였지만 임무의 중요성과 난이도에 비해 소총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논란 때문에 군 당국은 지난 2020년 특임여단 등 특전사 대원들이 사용할 차기 기관단총으로 다산기공의 DSAR-15PC를 선정했다. 1981년 첫 국산 기관단총인 K-1이 특전사에 도입된 이래 43년 만에 주력화기가 바뀐 셈이다. 기존 한국군의 총기 납품을 대량 납품했던 A업체 대신 선택한 다산기공의 DSAR-15PC는 결국 해당 업체의 군기밀 유출 사건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군 당국은 당시 3년 간의 추가개발 기간과 1년 여 간의 사업 타당성 평가를 거쳐 2024년 후반기부터 1만6000여 정을 실전배치할 예정이었지만, 아직까지 납품하지 못하는 상태다. 그러나 국산화와 상관 없이 제13특임여단에게 가장 중요한 장비인 총기는 기관단총, 수중 및 지상 공동작전이 가능한 특수소총, 특수작전용 유탄발사기 등은 성능이 뛰어난 외국산 최신형을 수입해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별도 능력 보강 1년 예산 100억원 규모
예를 들어 2018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2019년도 국방예산 내역에 부대의 통상적 전력 운용비와는 별도로 추가 배정된 특임여단 능력 보강 예산만 1년에 무려 100억 원 규모로, 임무 특성상 필요한 각종 첨단 장비는 수시로 해외에서 도입해 운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래전 추세에 발맞춰 최근엔 추가적인 최첨단 장비 도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전 등에서 드론의 위력이 확인되면서 자폭드론, 정찰드론 등 각종 드론 도입도 적극 추진 중이다. 지난해부터 도입해 단계적으로 전력화 중인 이스라엘제 자폭드론 ‘로템(Rotem)-L’이 대표적이다. 작고 가벼워 병사가 백팩 형태의 배낭에 담아 메고 다니다 어디서든 단시간에 조립해 사용할 수 있다. 위력이 크지는 않지만 요인이나 테러리스트를 암살하기엔 충분한 파괴력을 갖고 있다.
군 당국은 특임여단이 유사시 야간이나 악천후에도 평양 등지에 침투할 수 있는 MH-47G급 특수작전 기동헬기와 특수전용 공격헬기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특전사 13특임여단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이 고도화하는 데 대응해 한국형 3축 체계의 하나인 KMPR(대량 응징보복 전략) 핵심 전력이다. 제13공수여단을 모체로 2017년 12월 창설됐다. 규모는 1000여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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