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국회의장이 여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8일 국회 본회의를 열어 ‘채상병특검법’ 재표결을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이후 장외투쟁까지 예고하며 화력을 집중한 더불어민주당은 여당 의원들을 상대로 찬성표 설득 작업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특검 반대를 당론으로 정하고 중진들까지 투입하며 이탈표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 의장은 22일 국회 사랑재에서 퇴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여야 합의가 안 되더라도 28일 본회의를 열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전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돌아온 채상병특검법의 재표결을 위해 28일 본회의 개최를 요구해왔다.
김 의장은 “채상병특검법이 합의되면 합의된 안대로, 안 되면 재표결을 통해 최종 마무리할 수밖에 없다”며 “그것이 국회법 절차”라고 주장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28일 본회의 의사 일정에 합의한 바 없다”고 했지만 김 의장은 직권 개최를 통해서라도 본회의를 연다는 방침이다.
28일 본회의 개최가 확실시되자 여야는 특검법 재의결과 부결을 위한 표 확보 작업에 올인했다. 특검법이 재표결에서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의석 수대로면 여당에서 최소 17표 이상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대통령의 호위무사를 자처하며 국민의 뜻을 거부한다면 무도한 정권의 공범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양심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 전원을 상대로 편지를 보내 “표결은 무기명으로 진행된다. 국민을 위해 양심에 따라 표결에 임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탈표 단속에 비상이 걸린 여당은 채상병특검법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중진들과 만나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전원이 당론으로 우리 의사를 관철하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모으자고 했다”고 전했다. 추 원내대표나 윤재옥 전 원내대표 등은 전화와 개별 만남을 통해 반대 투표를 독려한다는 방침이다. 중진 의원들도 힘을 보태기로 했다. 5선의 서병수 의원은 “왜 우리가 특검을 반대하는지에 대해 분명하게 이유를 설명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지금까지 찬성 입장을 밝힌 의원은 안철수·김웅·유의동 등 세 명이다. 하지만 불출마·낙천·낙선으로 22대 국회 입성이 불발된 현역 의원 58명의 본회의 참석률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민주당은 여당 현역 의원들을 움직이려 25일 범야권과 시민단체 인사들이 합동 장외투쟁을 벌이는 등 여론전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한편 ‘선구제 후회수’를 핵심으로 하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도 28일 본회의 처리가 유력해졌다. 법안은 야당의 단독 직회부에 이어 이달 2일 본회의에서 부의 표결까지 마친 상태다. 여야 간 이견에 28일 본회의에 전세사기 특별법이 상정되지 않더라도 민주당이 의사일정 변경을 통해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반대가 거센 만큼 또 거부권을 둘러싼 대치 정국이 조성될 수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앞서 직회부한 양곡관리법과 민주유공자법 등도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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