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의 저가 수입품 공세에 맞서 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는 가운데 유럽의 올해 1분기 대중 무역적자가 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대중 관세 장벽을 높이고 있는 미국과의 교역에서는 사상 최대 흑자를 내는 등 반사 이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EU 통계청인 유로스탯은 21일(현지 시간) 1분기 EU의 대중 무역적자가 625억 유로(약 92조 60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줄었다고 발표했다. 2021년 2분기 이후 약 3년 만의 최저 수준이다. EU의 대중 무역적자 규모는 2022년 3분기 1073억 유로로 정점을 찍은 뒤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EU의 대중 무역적자 개선의 절반가량은 전기차를 포함한 기계 및 운송 장비 부문에서 나왔다. EU의 중국 기계 및 운송 장비 수입 규모는 최근 6개월 연속 감소하며 2022년 말보다 25%가량 줄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유럽 시장에 깊숙이 침투한 중국산 전기차는 EU가 중국의 저가 수입품 가운데서도 가장 견제하는 부문이다. EU는 지난해부터 중국산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등을 대상으로 반(反)보조금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 내에서 중국이 전기차·청정에너지·반도체 등 전략 부문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우려가 커졌다”며 “대중 교역 문제가 정치 의제의 최우선 순위로 급부상하는 양상”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1분기 EU의 대미 무역흑자는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난 436억 유로로 역대 최대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EU의 대미 수출이 4% 증가한 반면 미국의 대EU 수출은 5% 이상 감소했다.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보다 강력한 조치에 나선 미국이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수입을 늘린 수혜가 유럽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싱크탱크 유럽개혁연구소(CER)의 샌더 토도어는 “EU는 친환경 기술 부문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다”며 “미국이 유럽 수입품에 개방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한 (미국의) 대중 무역 제한은 EU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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