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자다 중간에 깨 보니 아내가 사라졌어요”
지난 20일 오후 9시 44분께 경찰 상황실로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실종 대상자는 울산 울주군에 거주하는 80대 여성으로 치매증세가 있었다.
경찰은 곧바로 드론팀과 기동대, 교통과 형사 등을 주거지 인근으로 급파해 수색을 시작했다. 실종 여성은 다리가 불편해 멀리 가지 못했을 거라 판단하고, 주거지를 기준으로 반경을 넓혀가며 수색을 벌였다. 실종자를 찾은 것은 다음날 오전 9시 30분께. 과학수사계 체취증거견인 ‘칼(마리노이즈. 1년 5개월)’이 주거지에서 약 300m 떨어진 계곡 풀숲에서 실종자를 발견했다. 경찰은 실종자를 가족에게 인계하며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번 수색에 일등공신은 ‘칼’이다. 칼은 벨기에 세퍼트 마리노이즈 견종이다. 1년 5개월 된 칼은 지난해 12월 울산경찰청에 배속됐다. 만 1세에 경찰견이 된 칼은 전문 훈련을 받으며 계속 성장하고 있다.
울산경찰청 과학수사계 체취증거팀에서 칼을 맡고 있는 핸들러 김은정 경사는 “칼은 사람과 동료견 상대로 모두 사회성이 좋다”며 “훈련도 잘 받아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마리노이즈 견종은 특히 체력이 좋고 회복력도 좋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경사는 “수색 도중 트라우마가 발생하면 개들은 두려움을 가지게 되는데, 이 견종은 그런 회복력이 좋다”고 평했다.
고지대나 위험한 장소에도 잘 가는 편이다. 인명 수색이 주 업무인 경찰견으로 제격이다. 드론이 하늘에서 실종자를 찾는다면, 경찰견은 나무 사이나 바위 틈, 풀숲을 가리지 않고 활약한다.
칼은 지난 4월 울산 북구에서 구조자 시신을 찾기도 했다. 트라우마를 가질 법도 한데 이를 잘 극복해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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