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야당이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와 22대 국회 개원 직후에 20조 원대에 이르는 돈 풀기 법안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22~23일 진행된 22대 국회 당선인 워크숍에서 5대 민생 과제 중 하나로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제시했다. 민주당은 새 국회 개원 직후 13조 원 규모의 지원금 법안 통과를 벼르고 있다. 또 이달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농수산물유통·가격안정법(농안법), 전세사기특별법 강행 처리를 예고했다.
정부는 양곡법과 농안법이 통과되면 연간 최소 2조 5900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한 차례 폐기된 양곡법과 농안법 개정안은 야당이 일부 수치만 바꿔 재발의한 것이다. 쌀값이 폭락하면 초과 생산량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해 공급과잉과 재정 악화를 초래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는 ‘선(先)보상 후(後)구상’을 골자로 한 전세사기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약 5조 원의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세사기특별법은 전세 사기 세입자에게 공공기관이 떼인 보증금을 먼저 돌려주고 나중에 집주인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민주당은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한 현금 퍼주기 법안 처리를 밀어붙이면서도 경제 살리기 관련 입법은 외면하고 있다. 올해 말 일몰 예정인 국가전략기술 투자액 세액공제를 연장하는 ‘K칩스법’, 지체되고 있는 전력망 건설에 속도를 내자는 ‘국가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 등의 논의는 계속 미루고 있다. 영세 중소기업들이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며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유예를 호소하는데도 무시하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K칩스법이 포함된 ‘22대 국회에 바라는 경제계 110대 입법 과제’를 여야에 전달한 것은 이런 절박함 때문이다. 민주당은 23일 채택한 당선인 결의문에서 “국민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무한 책임의 자세로 민생 해결에 임한다”고 다짐했다. 진정으로 민생을 해결하려면 포퓰리즘 입법 강행을 멈추고 경제 살리기 법안부터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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