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쿠르 우승 이후 달라진 건 없어요. 타이틀에 대한 부담감 보다는 새로운 레퍼토리에 도전할 기회가 생긴 게 기쁩니다.”
202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첼로 부문에서 우승한 첼리스트 최하영은 숨가쁘게 바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독일에서 생활하며 유럽 전역으로 투어를 다니는 그는 지난 19일 부천아트센터 개관 1주년 기념으로 협연을 진행한 후 곧장 출국했다. 내달 2일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리는 리사이틀에서 관객들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최 첼리스트는 한국메세나협회가 기획한 ‘카네기홀 데뷔 콘서트 지원 프로젝트’ 1호로 선정됐다.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진행한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한국메세나협회의 지원으로 어릴 때부터 꿈의 무대였던 카네기홀에서 연주를 선보이게 돼 기대가 크다”며 “계속 탐색하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첼리스트로 관객들과 소통 기회를 만들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호방하고 물 흐르는 듯한 연주로 어릴 적부터 배짱이 크다는 소리를 들어온 최 첼리스트는 높은 기교와 정확성을 요구하는 콩쿠르에서도 다른 멘탈 훈련을 했다. 그는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으로부터 실시간 평가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유로워지기 어렵다”며 “내 연주를 관객에게 초대한다는 생각으로 개인적인 개성과 작품에 대한 저의 관점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599석 규모의 카네기홀 젠켈홀에서의 연주를 위해 공연장에 가기 전부터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 그는 “3000석 규모의 큰 홀을 비롯해 1000석 이하의 홀에서도 관객들에게 고르게 전달이 되도록 바디 랭귀지를 비롯해 무대에서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할 지를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전했다.
이번 뉴욕 리사이틀에는 오스트리아 작곡가 안톤 베베른, 슈베르트의 작품을 비롯해 영국 작곡가 벤저민 브리튼, 프랑스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 클로드 드뷔시의 곡을 선보인다. 그는 “관객들에게 익숙하고 유명한 소나타들 외에도 생소하지만 좋은 곡들을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삼고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다양한 곡들이 비슷한 주제로 어우러질 수 있도록 신경을 쓴다”고 전했다.
폭넓은 레퍼토리 구사가 가능한 데는 어릴 때부터 미술, 문학, 역사 등 여러 학문들을 넘나들며 호기심을 확장한 영향이 컸다. 그는 “새로운 곡을 배울 때 그 시대 역사를 비롯해 작곡가가 영향을 받았을 동시대 문학가, 미술가 등의 작품을 접하며 영감을 받고자 했다”며 “베를린예술대학에서 공부할 때도 배우, 건축, 패션디자인까지 다른 분야에서 예술을 하는 친구들과 깊은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고 말했다.
6살에 시작한 첼로와 동반자가 된 그는 어릴 적 피아노와 하프도 잘 다뤘다. 클래식을 좋아하던 어머니의 영향도 컸다. 스스로가 영재라는 점을 의식하지 못했다는 그는 연주의 영역에 있어서는 타고난 것보다 노력이 훨씬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첼로에 빠져든 데는 배경에 대해 그는 “성악가로 비유하자면 소프라노부터 바리톤, 테너까지 여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가 첼로”라며 “다른 현악기와 달리 관객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악기여서 무대에서의 소통 방식이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늘 탐색하고 음악 외에도 여러 방면의 경험을 늘려 그게 다 제 음악으로 우러나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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