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4일 대입전형위원회를 열고 내년도 대학 입시에서 의대 모집 정원을 전년도보다 1509명 늘어난 4567명으로 확정했다. 서울고법이 전공의와 의대 교수 등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이달 16일 각하·기각한 것과 맞물려 27년 만의 의대 증원은 되돌릴 수 없는 일이 됐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이날 산하 4개 전문위의 1차 회의를 마무리하는 등 4대 의료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제 의사들의 실력 행사는 명분은커녕 실익조차 얻을 수 없게 됐다. 이런데도 의대 교수 단체는 이날 대법원에 “증원 시행 계획과 입시 요강 발표를 보류하도록 소송지휘권을 발동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증원 백지화’만 고집하며 20건에 육박하는 소송전으로 의료 정상화의 골든타임을 허송하고 있으니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전공의들이 현장을 떠난 지 벌써 96일째다. 대형 종합병원은 수술 건수가 절반가량으로 줄고 매일 수억 원씩 적자를 내면서 파산으로 치달을 수 있는 위기에 처했다. 남아 있는 의료 인력들은 체력 고갈 등을 이유로 진료 횟수를 줄였고 중증 환자들과 가족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이대로 가면 내년에 전문의를 뽑지 못해 군의관·공공보건의 수급에 차질을 빚고 필수 의료 시스템이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 사태가 발생하면 내년 의대 교육의 질 하락도 불 보듯 뻔하다.
의사들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고 의료 시스템을 망가뜨린 이기주의 집단으로 남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정부의 정책 추진 방식에 불만이 있더라도 환자들과 국민들 곁으로 돌아와야 할 때다. 의료개혁특위에 참여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적정한 의대 증원 규모, 필수·지역 의료 강화, 수가 개편 등에 대해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 제출, 정부 자문 보이콧 등으로 국민들을 겁박할 게 아니라 전공의와 의대생의 복귀를 설득해야 한다. 정부는 의료 개혁에 대한 의사들의 의견을 경청하는 한편 근무시간 단축 등으로 전공의들의 수련 환경을 하루빨리 혁신해 복귀 명분을 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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