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박찬대 원내대표가 최근 ‘1주택 실거주자’에 대한 종부세 폐지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민주당 내에서 연일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실제 논의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고 최고위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종부세로 인해 민주당이 집이 있고 부자인 사람을 공격하는 세력처럼 상징화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권을 잡지 못하는 정당은 의미가 없다”면서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인가. 저는 대표적으로 종부세(종합부동산세) 폐지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고 최고위원은 또 “종부세를 유지할 때 얻는 것과 폐지할 때 얻는 것을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세수를 늘리는 목적에서라면 종부세가 아닌 다른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부세를 폐지해도 세수 감소에 미치는 영향은 적은 반면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정치적 의미는 크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대표적인 ‘친문(친문재인)’ 인사인 고 최고위원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한 점이 이례적이란 반응이다. 고 최고위원은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욕망이라는 시선을 상수로 깔았다는 점에서 실책이었다”며 “한 끗 차이일 수 있지만 ‘누구나 다 품을 수 있는 마음’이라는 시선으로 정책을 짜는 것과 ‘버려야 할 욕망’이라는 시선으로 정책을 짜는 건 다르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에서 종부세 폐지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박 원내대표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실거주용으로 주택 한 채를 보유했더라도 공시가격 12억 원 이상의 주택을 보유하면 종부세 대상이 되는 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민주당에선 “원내대표 개인의 의견”이라며 선을 그으며 더 이상의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도부에서 현행 종부세제에 대한 문제를 연이어 제기하면서 관련 제도 개편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종부세 완화는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는 만큼 3년 뒤 대선을 고려하면 민주당에서도 시도해볼 만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민주당에서 종부세 완화에 대한 대화의 문을 열어 놓으며 논의에 탄력이 붙을 가능성도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박 원내대표 발언에 대해 “당에서 관련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원내대표께서 당에 사안을 제기하시면 의논하겠다”고 열린 자세를 취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종부세의 원래 취지가 초고가 주택 1%를 대상으로 부과하는 것이었는데 서울 아파트 가격이 워낙 올라가다 보니 종부세 부과 대상 가구 수가 상당하다”며 “이 부분을 조정해야 한다는 필요성은 늘 있어왔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이 그동안 내세워 온 가치와 충돌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진 정책위의장이 “우선순위를 가려본다면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가운데 45%가 무주택자”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2005년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민주당 전신)의 주도로 도입된 대표적 제도를 한순간에 없애거나 완화하는 것이 민주당으로선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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