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서울대 N번방' 사태를 계기로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경찰이 기존에 미성년자 범죄에만 활용했던 디지털성범죄 '위장수사' 범위를 성인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서울대 N번방 사건의 피의자 신상을 특정하고 검거하는 데는 민간 활동가의 위장수사가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경찰은 현재 미성년자 대상 디지털성범죄에 대해서만 위장수사를 할 수 있어 성인 성 착취물 등에 대해선 적극적인 수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26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최근 서울대 N번방 사건이 알려진 후 디지털성범죄 현황과 함께 위장수사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대책 검토 방향을 국회에 보고했다.
디지털성범죄 위장수사는 박사방·N번방 등의 사건을 계기로 논의가 시작돼 2021년 9월 개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동청소년성보호법) 시행에 따라 정식 도입됐다.
위장수사 범위를 확대하려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이 필요해 국회 협조가 필수다. 법무부,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등 관계부처 협의도 거쳐야 한다.
경찰은 위장수사 제도의 효과는 이미 검증됐다고 본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개정 아동청소년성보호법이 시행된 2021년 9월부터 작년 말까지 위장수사를 통해 검거한 인원은 1천28명, 구속 인원은 72명에 달한다.
죄의 종류별로 구분하면 '아동 성착취물 판매·배포·광고'가 747명으로 약 73%를 차지했다. 이어 아동 성착취물 제작·제작알선(125명), 아동 성착취물 소지·시청(118명), 불법촬영물 반포 등(31명), 성착취 목적 대화(7명) 등이었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 비율이나 피해자가 느끼는 성적 수치심과 공포감은 연령에 따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도 위장수사 확대가 필요하다는 논거 중 하나다.
경찰청이 2022년 3∼10월 시행한 사이버성폭력 사범 집중단속 결과를 보면 범행 대상이 된 피해자 총 678명 중 성인은 420명으로 61.9%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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