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7회 칸국제영화제가 25일(현지시각) 폐막했다.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로 불리는 칸 영화제는 프랑스 동남부 도시 칸에서 매년 5월 개최되는 영화인들의 축제다. 올해에도 다수의 호평을 받은 전 세계의 영화들을 소개한 칸국제영화제의 이야기를 살펴봤다.
◇황금종려상 수상 영광...션 베이커 감독 =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가운데 최고의 작품에게 수여되는 황금종려상. 올해의 주인공은 '아노라'를 연출한 션 베이커 감독이었다. '아노라'는 성매매 여성인 아노라(마이키 매디슨)가 러시아 갑부 집안의 아들 이반(마르크 에이델스테인)과 결혼한 후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 영화다.
션 베이커 감독의 대표적인 전작으로 트렌스젠더의 이야기를 담은 '탠저린', 미국 빈민층의 현실을 담은 '플로리다 프로젝트'가 있다. 수상 소감을 위해 무대에 오른 션 베이커 감독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라고 벅찬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영화가 극장에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라며 "이 상을 모든 성매매업 종사자에게 바친다"고 전했다.
◇韓 영화는 '베테랑2'만 빛났다 = 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콘텐츠를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화란'(감독 김창훈), 이외 비경쟁 부문의 '거미집'(감독 김지운), 비경쟁 심야 상영 부문의 '탈출: PROJECT SILENCE'(감독 김태곤), 비평가 주간의 '잠'(감독 유재선) 등 다양한 작품들이 초청된 작년에 비해 올해는 콘텐츠를 보기 힘들었다.
올해 칸영화제를 빛낸 한국 영화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베테랑2'(감독 류승완)뿐이었다. '베테랑2'는 돌아온 서도철 형사(황정민)의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박선우 형사(정해인)가 합류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연쇄살인범을 쫓는 범죄수사극이다. 배우 황정민, 정해인과 류승완 감독이 현지 영화제에 참석했으며 상영 이후에는 10분 동안 기립박수와 환호가 지속되며 화제를 모았다.
◇'봉준호 파워' 내년엔 볼 수 있을까 = 올해 칸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유수 영화 시상식의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 예상됐던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이었다. 봉준호가 연출하는 첫 SF 영화로 에드워드 애시튼의 SF 소설 '미키 7'을 원작으로 삼았다. 로버트 패틴슨,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 등이 주연 배우를 맡았으며 행성을 개척하는 위험한 임무 속 죽음에 이르게 되면 전임자의 기억을 가지고 다시 복제되는 일회용 직원의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작년 할리우드 파업과 생산 인력 문제 등의 영향으로 인해 연기되며 올해 시상식 라인업에서 만날 수 없었다. 배급사 워너브러더스 코리아는 연기된 '미키 17'이 설 연휴 첫날인 2025년 1월 28일 한국에서 개봉한다고 밝혔다. '미키 17'이 각종 저명한 시상식 레이스 전에 공개되기에 다음 칸국제영화제에서는 봉준호의 신작을 비롯한 다양한 한국 콘텐츠를 만나볼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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