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부실시공 해놓고 문제를 제기하는 입주예정자들을 상대로 유치권을 주장하면서 고소까지 한 건설사 사장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건설사 사장이 시공사와 시행사를 함께 운영하면서 문제가 된 아파트를 분양자들에게 넘겨주지 않기 위해 허위로 유치권을 주장하면서 아파트 내부 시설을 망가뜨렸고, 채권이 있는 것처럼 꾸며내 손해배상청구 소송까지 제기하다 검찰에 덜미가 잡혔다.
울산지검 형사5부(김윤정 부장검사)는 권리행사방해와 소송사기미수 등의 혐의로 모 건설사 사장 A씨와 시행사 대표 B씨, 건설사 이사 C씨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 등은 2020년 10월 분양자의 아파트 인도 강제집행을 예상하고, 허위 유치권을 주장하면서 보일러 부품을 제거하고 전기선을 절단해 분양자들의 아파트 인도청구권 행사 등을 침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아파트는 2015년 11월 착공돼 분양됐고, 2018년 4∼5월 입주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사 지연, 부실시공, 설계와 다른 시공 등으로 논란을 겪으면서 입주예정자들과 시행사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입주가 계속 미뤄지면서 입주 지연에 따른 손실금 문제까지 발생했고, 입주예정자들은 시행사를 상대로 민사소송(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당시 법원이 시행사가 입주예정자들에게 지체보상금을 지급하고 사실상 즉시 입주 조치할 것을 결정하자 A씨 등은 입주예정자들이 입주해도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없도록 보일러 부품을 빼버리고, 전기선을 잘라냈다.
이들은 법망을 피해 가려고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시행사가 아니라, 시공사를 내세워 보일러와 전기 사용을 방해했다. 시공사가 시행사로부터 공사 대금 144억 원을 받지 못한 것처럼 서류를 조작하고, 시공사가 아파트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하는 것처럼 주민 입주를 막은 것이다. 실제 공사대금은 145억 원으로 144억 원을 지급했었다.
시공사는 또, 입주하려는 수분양자와 판결을 강제 이행하려는 법원 집행관 등 총 326명을 상대로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자 A씨는 불출석 등으로 시간을 끌었고, 이로 인해 분양자들을 오랜 기간 피의자 지위에서 수사를 받게 됐다.
검찰은 그러나 시행사와 시공사 사무실 압수수색, 계좌추적 등을 통해 시행사가 시공사에 공사 대금은 정상 지급했는데도 마치 채무가 있는 것처럼 허위 정산 합의서를 만들어 유치권이 있는 것처럼 조작한 사실을 밝혀냈다. 또 A씨가 시공사와 시행사 모두를 실질적으로 함께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시공사가 부실시공으로 하자를 발생시켜놓고 정당한 수분양자 권리를 불법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고소하고 시간을 끄는 등 괴롭혔다”며 “민생 침해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A씨 측이 고소해 수사 대상이 됐던 입주예정자 등 326명에 대해선 모두 ‘혐의 없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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