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리창 중국 총리를 배웅하며 중국을 대표하는 시인 중 한 명인 두보의 ‘춘야희우(春夜喜雨)’를 언급했다. 이날 서울에 내린 봄비에서 착안해 한중의 달라진 관계를 기대한다는 희망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한일중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리 총리와 용산 대통령실에서 양자 회담을 마친 뒤 리 총리를 배웅했다. 마침 봄비가 내리고 있었고 윤 대통령은 ‘봄밤에 내리는 기쁜 비’라는 의미의 중국 시를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또 춘야희우를 모티브로 2009년 개봉한 영화 ‘호우시절’도 이야기했다고 한다. 배우 정우성과 중국 여배우 가오위안위안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호우시절은 ‘때를 알고 내리는 좋은 비’라는 의미다. 한중 관계 개선을 기대하며 반가운 비가 내린다고 언급한 것이다.
이번 리 총리의 방한은 2015년 리커창 총리 이후 9년 만의 총리 방한이다. 이번 한일중정상회의 재개를 계기로 한중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윤 대통령은 서울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리창 중국 총리와 3국 대표단과 환영 만찬을 열었다. 만찬에서는 ‘3국의 교류와 화합’에 중점을 두고 한·일·중 문화 예술인이 함께 참여했다. 만찬장에는 경력 20년 이상의 3국 도예가들이 상호 교류하며 제작한 작품이 전시됐다. 3국 출연진으로 구성된 다문화어린이합창, 전통악기 합주, 현대음악 밴드 공연을 선보였다.
만찬은 한·일·중 다문화 어린이 21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아름다운 봄날의 만남을 축하하는 일본과 중국의 대표 민요를 부르며 시작됐다. 어린이 합창단은 2010년 제3차 한·일·중 정상회의 당시 진행되었던 ‘한·일·중 미래꿈나무 2020 타임캡슐 행사’를 소재로 한 퍼포먼스도 선보였다. 합창단원들은 2010년 당시 10살이었던 3국 어린이 2020명이 3국의 평화·번영·우정을 기원하며 묻었던 타임캡슐 속 편지를 발견하고, 14년 전 약속에 대한 화답으로 한국 동요 ‘무지개 빛 하모니’를 노래했다.
만찬 이후 식후공연으로 3국의 전통악기 연주와 3국 뮤지션의 공연이 이어졌다. 한국의 가야금, 일본의 샤쿠하치, 중국의 얼후 등 3국의 전통악기 연주자가 모여 중국과 일본의 대표곡을 합주했다.
이어서 마지막 공연으로 우정을 노래하는 3국의 현대음악 밴드공연이 진행됐다. 3국 뮤지션들은 이날 앵콜곡으로 신중현의 ‘봄비’를 불러 참석자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이날 만찬 자리에는 한국, 일본, 중국 측에서 70여명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안보실 1차장, 왕윤종 안보실 3차장, 이도운 홍보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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