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의 회담에서 북한이 핵 개발을 이어가며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지속하는 상황을 지적하며 “중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평화의 보루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리 총리와 회담에서 이같이 말했다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전했다.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이 필수적임을 강조하며 중국 측에 건설적인 역할을 요청한 것이다.
북핵, 남중국해 문제, 탈북민 강제 북송 등 한중 간에 외교·안보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이날은 원론적 수준에서 대화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오늘은 경제협력 문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며 “내일 한일중정상회의에서 충분한 시간이 배정돼 있어 교환하지 못한 현안은 (내일)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가겠다”고 했다.
27일 한일중정상회의 뒤 발표되는 3국 공동선언문 초안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내용이 들어갔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대해 고위 관계자는 “8차례의 한일중 공동선언에서 한두 차례를 빼놓고는 대부분 북한 및 한반도 문제가 기술됐다”며 “오늘 밤까지도 계속 협의해야 한다. 아직 장담을 못한다”고 했다.
한중 관계가 해빙 무드에 들어서면서 동북아 긴장 수위를 관리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6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중국이 한한령을 내리며 양국 관계는 극도로 나빠졌고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한미일 삼각 공조에 대해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하지만 양국이 소통 채널을 다각화하기로 합의하면서 변곡점이 도래했다는 평가다. 박철희 국립외교원장은 한일중정상회의에 대해 “거대 글로벌 경쟁국인 미국과 중국 사이 긴장을 완화하는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중 관계 회복이 탄력받기 위해서는 정상 차원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회주의 국가와 외교·안보 등 핵심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1인자, 즉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대화 없이 성과물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년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이 방한할 가능성이 있다. 고위 관계자는 “정상급 교환 방문 문제는 계속 협의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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