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해 11월 22일 북한 정찰위성 발사 대응 조치로 9·19 남북군사합의서 1조 3항의 효력을 정지했다. 이에 군 당국은 9·19 남북군사합의서로 묶인 군사분계선(MDL) 인근 대북 정찰을 정상화하면서 최전방에서 장사정포 감시와 공세적 작전이 가능해져 대북 감시 공백을 메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군사합의를 완전히 파기하지 않고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관련된 1조 3항만 부분적으로 효력 정지한 것도 향후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 등을 고려한 ‘지혜로운 전략적 해법(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동안 이 조항 때문에 MDL 근처에서 대북 감시정찰 작전을 제대로 할 수 없고, 최전방 등 북한 지역에 대한 감시 공백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군 주요 직위자와 지휘관들 조차 헬기를 타고 전방부대를 시찰하러 갈 때 비행금지구역 밖에서 내려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공중 감시정찰 능력은 한미 양국군이 북한보다 압도적 우위에 있던 분야이기 때문에 우리가 일방적으로 양보했다는 비판까지 제기돼 왔다.
9·19 남북군사합의서로 대북 감시 공백
군사분계선 아래 10~40㎞ 남쪽까지만 한미 양국 군의 정찰기·무인기 등이 비행할 수 있어 높은 산 뒤의 정찰 사각지대(차폐 지역)가 발생했다. 예를 들어 서부 지역에서 전술정찰기가 5㎞ 상공에서 비행할 경우 군사분계선 50㎞ 북쪽에 있는 1000m 높이의 산 뒤로는 17.5㎞의 사각지대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게다가 많은 예산을 들여 개발한 신형 사단급 무인기는 탐지 거리가 5~8㎞여서 군사합의에 따라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더욱 큰 문제는 무인기 비행 금지 구역이 무인기 탐지 거리보다 2배 가량이나 길다는 점이다. 최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성공은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 특히 DMZ 인근에서 수도권을 위협하고 있는 340여 문의 장사정포 등을 제대로 감시하기 위해선 무인기와 전술정찰기가 DMZ에 인접해 비행할 수 있어야 하지만 ‘족쇄’가 채워져 있었던 게 현실이었다.
9·19 남북군사합의서 1조 3항 효력 정지 조치로 대북 감시에서 있어 어떤 구애도 받지 않고 정찰이 가능해진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을 사전에 감지하기 위해서는 킬체인의 눈 역할을 담당하는 정찰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군 당국이 운용하고 있는 감시정찰 자산은 뭐가 있을까.
현재는 백두(RC-800B)·금강(RC-800) 정찰기와 RF-16 정찰기 등을 대북 감시정찰이 핵심이다. 우선 백두는 신호정보를, 금강과 RF-16은 영상정보를 수집한다. 이 중 RC-800 정찰기는 최고 13000m까지 상승해 신호정보는 백두산까지, 영상정보는 금강산 이북지역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해서 ‘백두·금강 정찰기’로 불린다.
미국서 들여온 백두정찰기는 4대를 공군 전력화해서 운용 중이다. 특히 백두체계능력보강사업에 따라 2018년에 도입한 신형백두정찰기 2대는 성능이 대폭 강화됐다. 신호정보수집과 전자정보(Elint), 통신정보(Coment), 탄도미사일발사정보 등 획득을 위한 계기정보(Fisint) 등의 임무수행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공군은 피신트(FISINT)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피신트는 북한 군의 전자장비 간 주고받는 신호 교환을 알아내는 방식이다. 북한이 미사일 버튼을 누르면 컴퓨터에서 미사일 발사대에 어떤 명령을 내리는지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게 가능하다. 실제 미사일이 발사됐을 때 화염까지 탐지하는 열추적 탐지장비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2022년부터 신형백두정찰기 성능 개량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금강정찰기도 4대 운용 중이다. 영상정보수집(합성개구레이더 탑재), 80㎞ 바깥에 위치한 30㎝ 크기 물체 식별, 정보·감시·정찰(ISR·Intelligence Surveillance and Reconnaissance)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하늘의 지휘소’로 불리는 ‘E-737’ 피스아이(Peace Eye)도 공군이 운용하고 있다. 피스아이는 육 ·해 ·공군 작전부대와 합참, 연합사와 정보를 직접 .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포착하고 궤적을 추적하는 역할을 한다.
피스아이는 미국 보잉사의 E-737 여객기를 개조한 것으로 최신형 다기능 전자식 위상배열 레이더(MESA)와 전자장비 등을 장착했다. 레이더는 1000여개 비행체에 대한 동시 탐지와 360도 감시 등이 가능하며 산악지대를 침투하는 저고도 비행기도 잡아낼 수 있다.
공군은 2011년 9월 피스아이 1호기를 도입한 이후 그해 12월과 2012년 5월에 각각 2, 3호기를, 같은 해 10월에는 4호기를 도입해 현재 4대를 운용하고 있다. 2대를 추가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는 1대 당 체공시간이 6시간에 불과해 4대를 운용해야 24시간 감시가 가능하다. 정비문제 등을 고려하면 24시간 감시를 위해 피스아이의 추가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다. 2대가 추가 도입되면 공군은 창정비 주기를 단축할 수 있어 공중 통제임무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인정찰기도 운영되고 있다. 일명 ‘글로벌호크’로 18㎞ 상공에서 레이더와 적외선 탐지 장비 등을 통해 지표면 0.3m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는 첩보위성 수준의 무인정찰기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2대씩 글로벌호크를 순차적으로 도입했다. 또 중고도 정찰용 무인항공기(MUAV)도 도입한다. 군에 따르면 방사청과 합동참모본부, 공군, 국방과학연구소 등은 지난 1월 부산 대한항공 항공기술연구원에서 MUAV 양산사업 착수회의를 열었다. 양산된 MUAV는 2027년부터 공군에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이다.
MUAV는 10∼12㎞ 상공에서 지상의 목표물을 정찰하는 무인기다. 탑재되는 레이더 탐지거리는 약 10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적 전략 표적의 영상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신속한 작전지휘 능력이 확보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뿐이 아니다. 육군에서 군단급 무인기(송골매)와 사단급 무인기도 운용 중이다. 대북 감시정찰 보다는 실제 작전용으로 주로 사용된다. 송골매는 길이 4.8m, 폭 6.4m로 최고속도는 시속 185㎞에 달한다. 한 번 뜨면 4.5㎞ 상공에서 6시간 운용할 수 있다. 작전 반경은 110㎞에 이른다. 북한군 병력과 시설, 장비 등 고정 및 이동표적에 대해 주야간, 실시간 영상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사단급 무인기는 대한항공이 개발한 KUS9 기체를 군용규격 150㎏의 중량으로 제작했다. 최저 시속 90㎞로 순항 비행할 수 있다. 작전 반경도 60㎞에 이른다. 트레일러 차량에서 사출시켜 그물망으로 회수하며, 사단 작전구역 안의 이상 징후나 포병 목표물 획득에 사용된다. 고도 4㎞에서 8시간 운용할 수 있다.
공군이 운용하고 있는 백두 ·금강 정찰기, RF-16정찰기 등 대북 정찰 항공기들은 지난 2020년 11월 국방개혁 2.0의 일환으로 미래전의 감시정찰 능력 중요성 증대에 따른 역량 강화를 위해 확대된 공군 제39정찰비행전대가 다시 승격돼 창설된 제39정찰비행단 소속으로, 상급부대는 공중기동정찰사령부다.
특히 우리 군은 고고도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를 포함한 항공정찰자산 도입을 크게 늘고 대북감시 능력에 확대되면서 글로벌호크와 중고도 정찰용 무인정찰기 등 항공정찰 자산을 총괄하기 위해 공군 작전사령부 예하부대로 항공정보단도 창설했다.
오산에 기지를 둔 군사정보부대인 항공정보단은 공군 전대급인 기존 정보부대를 전단급으로 확대 개편한 부대다. 군은 항공정보단 중심의 정보감시정찰(ISR)을 계속 확대할 방침이다. 항공정보단은 정보감시정찰부와 운영계획처를 두고 예하에 영상정보생산대대, 표적정보생산대대, 감시정찰체계대대, 전자정보생산대대 등을 거느린다. 한편 주한미군이 운용 중인 RC-12X ‘가드레일’, EO-5C ‘크레이지 호크’ 등 전술 정찰기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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