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국민의힘 당선인이 27일 당권 도전 여부에 대해 “차기 당 대표는 야당과의 협상력 못지않게 대통령실과의 관계 조율 능력도 상당히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며 “당정 관계를 잘 조율할 수 있다는 확신이 서면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유력 당권 주자로 거론되는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출마설에 대해서는 “리스크가 너무 큰 반면 얻을 것은 별로 없는 자리”라며 “저라면 출마하지 않을 것 같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나 당선인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여당 대표는 용산(대통령실)과의 관계를 어떻게 조율해나가느냐가 역할의 절반 이상”이라며 차기 당 대표의 덕목으로 ‘당정 관계 조율’을 꼽았다. 본인의 당 대표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치 상황이 계속 변하고 있어 한 달 전 (출마 의사가) 60이었다면 지금은 55 정도”라면서도 “보수 재집권을 위해 22대 국회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고민 중”이라고 답했다.
한 전 위원장에 대해서는 “대통령과의 신뢰가 그렇게 좋다고 하니 대통령을 잘 설득하는 역할을 기대했지만 당에 오자마자 대통령과 삐거덕거리는 것을 보면서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며 “현재 시점에서 용산과 밥도 안 드시는 것을 보면 (당정 관계 측면에서) 쉽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총선 패배 원인 중 하나는 보수 표를 다 결집하지 못한 것”이라며 한 전 위원장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거대 야당의 공세를 막아내야 하는 차기 당 대표는 대야 협상력과 투쟁력, 당내 통합력을 모두 갖춰야 한다”며 과거 원내대표 당시의 협상 경험을 강조했다.
나 당선인은 현재 ‘당원 투표 100%’로 규정된 전당대회 룰에 대해 “(지난해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시 김기현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억지로 만든 룰”이라며 “다시 국민 여론조사를 집어넣어서 원상회복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임기 종료를 앞둔 21대 국회에서 ‘국민연금 모수 개혁안(보험료율 13%, 소득 대체율 44%)’ 처리를 주장하는 것에 대해 “저도 처음에는 굉장히 부정적이었지만 첫 단추라도 끼워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모수 개혁이라도 진행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사실상 찬성 입장을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