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26일 치러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야당에 패했다. 4월 중의원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지 한 달 만에 또다시 매서운 민심을 받아들면서 가뜩이나 저조한 지지율로 궁지에 몰린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정권 운영에 타격을 받게 됐다.
27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전날 실시된 시즈오카현 지사 선거에서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이 추천한 스즈키 야스토모 전 하마마쓰 시장이 집권 자민당이 추천한 오무라 신이치 전 시즈오카현 부지사를 꺾고 당선됐다.
시즈오카현에서는 가와카쓰 헤이타 전 지사가 지난달 1일 신입 직원 입사식에서 “관청 직원은 채소 팔고 소 키우는 일과 달리 지성을 닦는 일”이라며 직업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가 논란이 돼 사임하면서 이날 선거가 진행됐다.
이번 선거 역시 지난 보궐선거와 마찬가지로 ‘자민 이탈’이 두드러졌다. 아사히신문이 선거 당일 실시한 출구조사를 보면 입헌민주당 지지층의 이탈 표(오무라 후보 투표)는 16%에 불과한 반면 자민당 지지층의 이탈 표(스즈키 후보 투표)는 34%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무당파층에서도 야당 후보를 선택한 사람(50%)이 자민당 추천 후보를 택한 사람(42%)보다 많았다. 자민당이 비자금 스캔들로 신뢰를 잃은 데다 이후 내놓은 정치자금 관련 대책 역시 여론의 평가가 부정적이다. 이런 가운데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여전히 ‘퇴진 위기’ 수준인 20%대에 머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4∼26일 18세 이상 유권자 813명(유효 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전달보다 2%포인트 오른 28%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기시다 내각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전달 대비 2%포인트 하락한 67%였다. 차기 중의원 선거에서 투표하고 싶은 정당을 묻자 자민당이라고 답한 비율은 24%였고 입헌민주당은 16%였다. 잇따른 선거 패배에 당내에서는 ‘기시다 퇴진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자민당 내 한 의원은 “지방선거가 정권의 숨통을 끊어가는 것이 아소 다로 정권 말기 때와 비슷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2009년 아소 정권은 시즈오카 지사 선거에서 야당계 후보에게 패한 뒤 약 2주 후 중의원을 해산했으나 선거에서 져 야당으로 전락했다. 또 다른 자민당 중견 의원은 아사히신문에 “정권 교체를 막을 수 있다면 총리의 퇴진도 어쩔 수 없다”고 밝혀 당내 위기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요미우리신문은 “4월 중의원 보궐선거 3곳에서 전패한 자민당의 총재인 기시다 총리가 정권 운영에 타격을 받으면서 자민당 내에서는 ‘중의원 조기 해산은 더 곤란해졌다’는 견해가 확산했다”고 전했다. 연이은 선거 패배로 총리 구심력이 저하하는 가운데 당내에서 조기 해산을 막으려는 저항 역시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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