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회생법원(법원장 안병욱)이 2020년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도산절차자문위원회를 재결성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과 유동성 증발에 따른 경제 위기로 개인 및 법인 회생 사건 접수가 급증하자, 회생사건 처리의 효율성과 신속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위원들과 의견을 모은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28일 오전 도산절차자문위원 위촉식을 연다. 김봉진 법무부 상사법무과장을 비롯해 오병희 서울회생법원 부장판사, 윤인대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 김우중 중소벤처기업부 지역기업정책관, 김동환 금융위 구조개선정책관, 이완식 한국도산법학회장 등 총 11명을 위촉한다.
도산절차자문위는 서울회생법원이 2018년 국내 회생법원 가운데 처음으로 결성한 자문기구다. 회생 절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대한 장벽을 허물고, 개인 및 법인 회생제도의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 및 금융기관, 판사, 변호사, 도산 전문가들이 모여 법원 운영과 법 개정 방안을 자유롭게 소통하는 창구다.
도산절차자문위는 설립과 동시에 ‘파산자 취업 제한 제도’ 폐지를 추진해왔다. 그간 빚을 갚지 못해 파산 선고를 받은 이들은 취업은 물론 자격증 취득도 불가했으나, 파산자의 사회·경제적 복귀를 위해 차별을 방지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이면서 해당 법 개정을 추진했다. 2021년 국회에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아직 소관 상임위원회 심사 문턱은 넘지 못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기업을 비롯해 개인 회생 신청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하자, 자문위원회의 재결성을 결정했다. 수원, 부산에 위치한 전국 회생 법원과 도산사건 현황 및 제도 개선 방안을 공유하면서 외부 의원들의 자문 역시 필요한 시점이라는 판단이다.
개인 회생 접수는 올해 들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법원 통계 월보에 따르면 올 1~4월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사건은 총 4만 4428건으로, 전년 동기(3만 9859건)와 비교해 11.5% 증가했다. 이중 전국 회생법원에 접수된 개인 회생사건은 총 2만 1171건으로 절반에 육박한다.
도산절차자문위는 국민적 관심이 크거나 파급효과가 큰 기업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임시 회의를 개최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위니아를 비롯해 한국건설, 새천년종합건설 등 중견 건설사들이 잇달아 회생 절차에 진입하면서 늘어나는 법인 회생과 관련한 논의 역시 시급하다.
이에 외부자금을 수혈하거나 부실 채권을 매입하는 등 다양한 기업 회생 방안 역시 이번 자문위원회의 주요한 논의 주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강명규 신한은행 부행장과 구조조정 투자에도 활발히 나서고 있는 사모펀드(PEF)운용사협의회 회장사인 프랙시스캐피탈의 라민상 대표도 위원으로 참여한다.
한편 서울회생법원은 신속한 재판을 위해 외부 기관과의 업무 협력에도 힘쓰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안 법원장과 권남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이 만나 회생 절차가 개시된 기업에 자금을 대출해주는 DIP파이낸싱 협업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자문위원회 재결성으로 서울회생법원 개인 및 법인 회생실무에 도움되는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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