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미국 대선을 앞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란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럽 동맹국들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비난하는 결의문을 채택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 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과 프랑스가 다음 달 열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에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 진전을 규탄하는 결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자 미국이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IAEA 이사회에서 해당 결의안이 상정될 경우 기권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다른 회원국에게도 기권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국가들은 이란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을 경우 핵무기 비확산 정책을 펴는 IAEA의 권위가 훼손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재임 당시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하는 대가로 대(對) 이란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후 이란의 국제사회의 핵 사찰을 거부해왔다. IAEA 자료에 따르면 이란은 최소 3개의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는 충분한 핵분열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를 필두로 한 유럽 국가들은 이란이 농축 우라늄 등의 비축량을 높여온 만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IAEA 이사회가 비난 결의를 채택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도 이란 핵 문제를 다룰 수 있게 된다.
미국은 IAEA 차원의 비난 결의를 채택할 시 이란이 서방의 압박에 대항해 더 강경한 대응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19일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가뜩이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입장이다. 서방 국가들이 합심해 IAEA 이사회에서 비난 결의를 채택하더라도 러시아나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대응할 방안이 없는 것 역시 결의안에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다. 미국은 대신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비협조 현황을 정리한 종합 보고서를 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 역시 11월 대선 이후에나 추진될 수 있다고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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