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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사관학교 출신인데 ‘서자’ 취급…육군3사, 36%는 장기복무 원해도 강제전역[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설립 때부터 ‘차별’ 이미지…법령도 차별

좁은 장기복무門…30% 이상 강제 전역

‘소대장 우선 배치’ 특과병과에게 불합리

신원식 장관, 3사 ‘장기복무 법제화’ 추진

지난 2월 29일 경북 영천시 육군3사관학교에서 제59기 졸업 및 임관식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군에는 정예 장교를 육성하는 사관학교가 세 곳이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는 육군의 육군사관학교, 해군의 해군사관학교, 공군의 공군사관학교다. 그러나 군에는 사관학교가 한 곳이 더 있다. 1968년 10월 15일에 설립돼 56년의 역사를 가진 육군3사관학교다. 수업 연한은 2년이며, ‘육군3사관학교 설치법’이라는 특별법에 의해 설립된 고등교육기관이다. 줄여서 ‘3사’라고 부른다. 상징 명칭은 충성대(忠誠臺)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명명했다.

하지만 육군3사관학교는 ‘사관학교’라는 명칭으로 불리면서도 육군3사 출신들만 느끼는 고뇌가 있다. 육군사관학교와 비교하면 육군3사는 ‘서자’(庶子) 취급을 받고 있다는 군 안팎의 지적이 그 고뇌와 일맥상통한다.

대한민국 국군 50만병의 병력에서 가장 큰 군대인 육군의 장교는 보통 ‘육사’와 ‘비육사’ 출신으로 나뉜다. 이유인 즉, 육군사관학교는 군 엘리트의 요람으로 분류되며 신입생 선발 첫 관문부터 경쟁률이 20대1에 달하는 좁은 입학의 문을 뚫고 들어가는 덕분에 ‘장기복무’라는 큰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장교로 임관을 하면 직업군인을 길을 걸을 수 있다. 반면 육군3사 출신과 학군사관후보생(ROTC) 및 학사사관후보생 등 나머지 비육사 출신은 임관 뒤 성공 확률 각각 60%대, 30%대 수준인 ‘장기복무 선발’ 과정을 다시 뚫어야 하는 ‘비정규직’ 신세에 머물고 있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5년간 육군3사 202명 자퇴 ‘가장 많아’


특히 똑같은 사관학교인 육군3사 입장에서는 50년 넘은 기간 육군 정예 장교 배출의 요람으로서 역할을 해오고 있지만 비육사로 분류되면서 장기복무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이다. 육사는 졸업과 동시에 정규직이 되지만, 육군3사는 졸업하면 곧바로 비정규직으로 전락하는 셈이다.

이 같은 대우 탓에 육군3사의 입학 경쟁률이 최근 5년 사이 절반에 가깝게 급락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육군3사 신입생 경쟁률은 2018년 6.1대 1에서 2022년 3.6대 1로 하락했다. 지난해 경우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달이라는 충격적 성적표를 받았다. 2024년 육군3사 3학년생 모집 정원은 550명이었지만 430명(78.1%)만 지원했다. 최근까지 남은 인원은 310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직업군인의 길을 가기 위한 ‘장기복무’를 하려면 육군3사가 아닌 육사를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까닭에 최근 5년간 육군3사관학교는 202명이 자진 퇴교했다. 반면 육군사관학교 173명, 공군사관학교 82명, 해군사관학교 66명, 국군간호사관학교 22명이 자퇴한 것과 비교하면 훨씬 많은 자퇴자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군 관계자는 “자퇴는 개인희망이라 각각의 사유를 세부적으로 통계를 내고 있진 않지만, 3사의 경우 유독 많은 자퇴생이 나오는 것은 육군3사 출신이 졸업 후 비육사로 분류되면서 장기복무와 진급 등의 처우가 불리하다는 현실적 장벽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육군3사 생도들이 연병장에 도열하고 있다. 사진 제공=육군3사관학교


물론 육군사관학교와 육군3사관학교를 비교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육군3사 탄생 배경은 1968년 북한의 끊임없는 도발과 베트남 파병이라는 긴장 상황에서 출발한다. 매년 300여명이 배출되는 육사만으로는 수만명에 이르는 장교 수요를 감당할 수 없어 단기간에 최정예 육군 장교를 육성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영문으로는 ‘KAAY’라고 불린다. ‘Korea Army Academy at Yeongcheon’이라는 뜻으로, 경북 영천에 위치한 2년제 사관학교다.

육군3사가 처음 신입생을 뽑을 때는 ‘고등학교 졸업자’였다. 당시엔 대졸자가 극히 드물어 고교 졸업자도 충분한 학력을 가진 것으로 인식될 때다. 1968년 개교부터 1972년까지 고교 졸업자를 모집해 6주간 기초군사훈련을 한 뒤 1년간 육사3사에서 교육해 장교를 배출했다.

이후엔 교육과정이 2년으로 늘어났고, 1996년부터는 전문대 졸업자 또는 4년제 대학 2학년 이상의 수료자를 선발해 2년간 사관생도로 편입한 뒤 장교로 임관시키고 있다. 임관하면 육사 졸업자와 같은 ‘군사학 학사’ 학위를 받지만, 선배 장교들이 고교 졸업자들로 단기간 교육해 임관한 경우라 육사와는 처우가 다른 ‘차별’ 이미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육군3사, 장기복무 선발률 60%대 그쳐


사실 육군3사 출신의 서자 취급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근거는 법령에서 비롯한다. 육·해·공군사관학교 생도는 ‘사관학교 설치법’에 따라 ‘정규장교가 될 자’로 규정한다. 그러나 육군3사 생도는 ‘육군3사관학교 설치법’에 따라 ‘육군 장교가 될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주홍글씨’ 탓에 육군3사 출신 장교는 장기복무에서 제외되고 있다.

박동순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교수는 ‘군 초급장교의 직업안정성 및 복무활성화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각 군 사관학교를 나온 사람은 ‘정규장교’라는 뜻이고 이외에 출신들은 ‘비정규장교’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 동일한 자격을 갖춰 사관학교를 졸업해 임관하지만 육군3사는 중기복무를, 육사는 장기복무로 구분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매년 490여 명씩 배출되는 육군3사 출신 장교 중 장기복무희망자는 전형을 거쳐 장기복무에 선발되는데 그 비율은 60~70%에 그치고 있다. 당장 가장 최근 장기복무 선발이 완료된 53기는 2018년 492명이 임관해 433명(88%)이 장기복무를 지원했다. 합격자는 63.7%(276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157명은 육사와 똑같은 사관학교 출신임에도 길면 길다고 할 수 있는 6년의 의무복무를 마치고 강제 전역해야 하는 상황이다.

육군3사 45기 경우 2010년 486명이 소위로 임관했고, 그 중 92.1%(448명)가 장기복무를 지원해 345명이 선발됐다. 장기복무 지원자 중 77%가 선발된 것으로, 8년 기간 동안 장기복무 선발률이 13% 이상 급락했다.

육군3사관학교 출신 장교 장기복무선발 현황. 자료: 국회 국방위원회(2023년 제출된 자료)


게다가 군 보직 경쟁에서 불리하다는 육군3사 출신 장교들의 호소가 커지고 있다. 예컨대 전투병과는 주로 고위급 선배 장교가 많은 육사·학군장교와 경쟁한다. 이 과정에서 근무평정이나 부대추천, 교육선발에서 불리하다고 주장한다.

또 기술행정병과는 전투소대장을 마친 후에 분류된 병과에 따른 교육 이후 일선 부대로 배치된다. 이에 반해 전투소대장 근무를 하지 않고 바로 부대에 배속되는 학군·학사장교와 경쟁해야 까닭에 스타트가 늦어 경쟁에 밀리고 있다는 불만이 가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학군사관(ROTC)에 이어 육군3사도 선발 정원을 채우지 못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육군3사가 생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생도들은 ‘3사 지원을 망설였던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낮은 초급간부 처우’(50.3%), ‘불투명한 장기복무’(43.2%)가 대부분이었다. 또 지원율을 높이는 방안에 대해선 55.3%가 ‘장기복무 보장’을 꼽았다.

상황의 심각성은 군 당국 지휘부도 잘 알고 있다. 저출산과 초급장교 지원 급감이라는 이슈 속에 정예 장교 확보가 시급한 문제로 떠오른 만큼 육군3사 출신의 처우 개선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육사 출신인 신원식 국방부 장관까지 직접 나서 이들의 장기복무를 보장하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정예 장교 육성과 장기적인 군 발전을 위해 육군3사를 끌어안아야 한다며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해왔다. 현재 국방부에서 장기 과제로 육군3사 출신 장교의 장기복무 법제화를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3사관학교 제58기 졸업 및 임관식이 2023년 2월 27일 경북 영천 육군3사관학교 충성연병장에서 열리고 있다. 사진 제공=육군3사관학교


진급 과정에서도 비육사 출신의 차별적 대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육군의 장교 임관체계는 육사, 육군3사, 간호사관, 학군, 학사, 간부사관(단기사관 대신 생긴 것), 법무·군의·군종·정훈 등을 포괄하는 특수사관 7개 출신으로 나뉜다. 이 중 엘리트로 평가받는 육사 출신은 매년 300여 명이 임관해 중령까지는 별 어려움 없이 진급한다. 그리고 동기생 가운데 60%가 대령, 15% 정도가 장군이 되고 있다.

이는 육군이 장군 진급시 육사 대 비(非)육사의 진급 공석을 50대 50으로 나눠 놓았기 때문이다. 육사 출신은 준장 공석의 50%를 보장받는다. 반면 비육사 출신들은 나머지 50%를 놓고 진급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고위급 장성 선배가 많은 학군·학사 출신과 간호사관, 특수사관 보다 육군3사 출신 대령은 별을 달기가 여간 어려운 게 현실이다.

물론 일부에서 육군3사 출신의 장기복무 법제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육군3사에 장기복무를 보장하면 또다른 비육사인 학군·학사장교 지원자가 급감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른 한편에선 육군3사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책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육사와 간호장교, 학사장교는 4년의 학비를 지원받다. 의무복무기간은 각각 10년, 6년, 7년이다. 이에 반해 육군3사는 2년의 학비만 지원받으면서도 6년을 의무복무한다.

따라서 의무복무기간 중 육사와 동일하게 중간 전역 기회를 부여하고, 국비 수혜기간에 고려해 의무복무기간을 5년으로 줄여야 한다는 논리다. 또한 기술행정병과는 전투소대장 직책 경험을 면제해주는 것이 다른 영역 출신 장교와의 경쟁에서 공정해진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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