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일중정상회의가 열린 27일 오후 10시 44분 쏜 군사정찰위성 2호가 2분 만에 폭발하며 발사에 실패했다. 군 당국은 실패한 원인에 대해 발사체 엔진 연소 계통의 문제로 추정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공중 폭발해 산산조각 난 군사정찰위성 1단 로켓이 우리의 누리호와 미국의 팰컨X와 같은 계열의 러시아 ‘안가라 로켓’ 기술이라는 분석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비록 발사에는 실패했지만 정찰위성 로켓의 기술적 진전과 함께 북한·러시아 군사 협력이 급진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8일 군에 따르면 북한이 전날 오후 10시 44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쏜 군사정찰위성 발사체는 2분 뒤인 10시 46분께 북측 해상에서 다수의 파편으로 탐지됐다. 발사 직후 폭발한 것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초기에 폭발했기 때문에 구체적 분석이 필요하다”며 “현 단계에서는 연소 계통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정도의 추정만 할 수 있다”고 했다. 폭발 장면은 우리 군 경비 함정이 전자광학추적장비(EOTS)로 촬영한 영상에도 생생하게 포착됐다.
북한 역시 군사정찰위성 발사 1시간 30분 뒤인 28일 새벽 “정찰위성 ‘만리경-1-1호’를 신형 위성 운반 로켓에 탑재해 발사했지만 실패했다”고 인정하며 “새로 개발한 액체산소+석유(케로신) 발동기(엔진)의 동작 믿음성에 사고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초보적인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북한이 언급한 ‘액체산소+석유 발동기’는 산화제로 액체 산소, 연료로 케로신(등유)을 썼다는 의미다. 북한이 지난해 11월 발사한 정찰위성 1호기의 발사체 ‘천리마-1형’에 북한이 내세우는 기존 ‘백두산 엔진’을 적용한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액체산소는 영하 183도에서 보관해야 해 보관과 주입을 위한 고가의 첨단 설비가 필요하다. 주입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주입 직후 발사해야 하는 사용상의 불편함도 있다. 그러나 단위 연료당 높은 추력을 생성할 수 있다는 고유의 장점 때문에 과학 목적의 우주발사체에 널리 쓰인다. 한국 나로호·누리호는 물론이고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 발사체에서도 액체산소와 케로신을 사용한다. 액체산소와 케로신 조합 분야의 선진국은 러시아다.
최근 러시아와 밀착하는 북한이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아 액체산소·케로신을 조합한 새로운 로켓 발사체를 이번 발사에 시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춘근 과학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이 연료 체계의 연소 불안정성 문제를 해소하고 신뢰성을 높이기는 상당히 어렵다”며 “북한이 언제부터 이 체계를 개발해왔는지는 몰라도 바로 발사를 시도한 것이 상당히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합참 관계자는 러시아의 엔진 완제품 제공 여부에 대해 “기술 지원이라는 기술 전수, 설계 제공, 부품 제공 등 여러 수준이 있을 수 있다”면서 “모든 단계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봐야 한다”며 발사체 직도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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