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열한 번째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국회 사무처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전세사기 특별법, 민주유공자법, 농어업회의소법, 한우산업법, 세월호참사피해자지원법 등 5개 법률안을 정부로 긴급 이송했다. 특히 전세사기 특별법을 제외한 민주유공자법 등 4개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은 뒤 1시간 20여 분 만이다.
통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정부 이송까지 3일 이상이 걸린다. 국회 사무처의 법률안 검토와 자구 수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국회가 이례적으로 법안을 ‘당일 배송’한 것은 정부 이송이 30일 이후로 밀려 초래될 법적 논란 등을 피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21대 국회가 29일 폐원하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새로 출범하는 22대 국회가 이에 대한 재의결권을 가지는지 등을 두고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국회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긴급 이송 배경에 대해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시점이 회기를 넘어설 경우 처리 방식을 두고 학자들 간에 의견이 갈리고 선례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전세사기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무주택 서민의 저축으로 조성된 주택도시기금이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돼 국민에게 부담이 되고 개인 간 계약에 따른 피해를 정부가 보전하면 향후 대규모 사기 피해마다 혈세를 투입할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은 선의의 재정 관리를 해야 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거부권 행사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해당 법안은 자동 폐기 수순을 밟게 된다. 야당 요청으로 부의돼 국회를 통과한 민주유공자법 등 4개 쟁점 법안에 대해서도 일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은 5개 법안 모두에 대해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으며 대통령실은 여당 의견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금껏 열 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4·10 총선 패배 후 국정동력 확보를 위해 야당과 협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상황에서 거부권 행사는 윤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채상병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한 지 일주일 만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서 야당에 ‘독선’이라는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추후 거부권 행사의 당위성을 설명하며 국민적 이해를 얻는 일에도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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