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에서 주요국 정상들과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AI 서울 정상회의’와 ‘AI 글로벌 포럼’이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이 중 정상회의는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됐지만 관심과 열기는 매우 뜨거웠다. 이 자리에는 각국 정상과 유엔 등 국제기구의 리더들도 초청됐다. 명실공히 세계가 함께 모여 AI의 안전·혁신·포용을 향한 새로운 글로벌 질서를 모색하는 본격적인 무대가 서울에서 펼쳐졌다. 이번 회의에서 채택된 ‘서울 선언’과 ‘서울 의향서’는 AI 시대를 여는 국제 협력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금 세계는 AI의 물결로 뒤덮이고 있다. 그 속도가 아주 빠른 것도 놀랍지만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변화는 기존의 산업 문명을 넘어서는 거대한 문명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최근 구글과 오픈AI가 각각 발표한 ‘아스트라’와 ‘GPT-4o’는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하는 AI를 실현해 새로운 기술 문명의 가능성을 높였다.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 혹은 ‘그녀(Her)’의 사만다처럼 대화가 가능한 AI 비서가 현실화된 셈이다. 이제 인류는 AI를 단순한 도구를 넘어 인간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파트너로 다뤄야 하는 새로운 ‘AI 문명시대’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바람직한 AI 문명을 만들기 위해서는 AI의 이익을 소수가 독점하지 못하도록 형평성과 공정성을 확보해야 하고 딥페이크를 활용한 가짜뉴스와 AI로 인한 편향성 등 기존 사회규범과 질서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하루속히 해결해야 한다. 더 큰 도전 과제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AI의 행위에 대해 책임과 규범을 어떻게 물을지 세계가 함께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일이다.
정부는 2022년 뉴욕 구상을 시작으로 소르본대에서의 글로벌 논의를 거쳐 지난해 9월 ‘디지털 권리장전’을 발표했다. 디지털 권리장전은 해외 국가들이 발표한 디지털 규범과는 달리 AI 개발이나 활용과 같은 개별 이슈를 다루는 데 그치지 않고 AI 기술 발전으로 생길 수 있는 사회·경제 이슈 및 글로벌 어젠다들을 AI 문명의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나아가 올해 5월 디지털 권리장전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옮겨 정부 차원의 마스터플랜인 ‘새로운 디지털 질서 정립 추진 계획’을 수립했다.
국제적 공조 체계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달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함께 신설한 ‘디지털 사회 이니셔티브(DSI)’다. 디지털 권리장전 등 한국이 제안하는 AI 시대의 신질서를 국제사회와 적극 공유하고 실천해나가기 위한 국제 협력 상설 협의체를 출범시킨 것이다. OECD 회원국들과 공동 연구를 추진하면서 국제사회가 원하는 가시적 성과를 이뤄낼 계획이다.
지금 우리는 디지털 문명을 넘어 AI 문명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AI 발전으로 인해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사회 시스템이 생겨날 것이다. 새로운 AI 문명이 유토피아가 될지, 아니면 디스토피아가 될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껏 디지털 분야의 혁신을 선도해온 대한민국이 이제는 AI 문명의 대전환을 주도해야 할 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