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반도체·배터리 등 5개 분야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에 대해 해외 기술 유출 방지 의무를 새로 부과하기로 했다. 세계적으로 첨단기술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는 가운데 일본도 전략산업 기술 유출 방지에 팔을 걷어붙인 것으로 해석된다.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경제안보추진법이 정한 ‘특정 중요 물자’ 12개 분야 중 반도체, 첨단 전자 부품, 2차전지, 공작기계 및 산업용 로봇, 항공기 부품 등 5개 전략산업에 대한 보조금 고시를 바꿔 적용할 방침이다. 일본이 강점을 가진 반도체 소재나 항공기용 탄소섬유 제조법 등이 우선적으로 대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5개 분야에서 정부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은 해외로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방지할 의무가 생긴다. 기업들은 경산성에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할 핵심 기술’ 항목을 제출해야 한다. 기술 유출을 제한하는 가드레일 조항에는 핵심 기술 인력을 최소화해 관리하는 한편 퇴직 시 기술을 반출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반드시 체결하도록 한다. 거래처와 기술을 공유할 때도 비밀 유지 계약을 체결한 뒤 상대 회사의 인원을 제한하고 인재 관리를 요구해야 한다. 기업이 해외에서 중요 기술과 관련된 제품의 생산을 시작하거나 생산량을 늘릴 때도 사전에 경산성과 상담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기술 이전 방지는 물론 해외 생산 증가에 따른 수입 의존 심화를 막는다는 구상이다. 심각한 조항 위반이 발견되면 보조금 반환을 요구할 수도 있다. 다카야마 요시아키 일본국제문제연구소 연구원은 “나랏돈을 들여 생산하는 물자의 기술 유출을 막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필연적인 흐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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