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앞으로 3년 동안 신혼부부에게 약 4400가구의 공공주택을 공급하며 출생률 끌어올리기에 나선다. 자녀를 낳을 경우 최장 20년 간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는 데다 추후 시세보다 최대 20% 저렴하게 매입하는 것도 허용한다.
서울시는 29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저출생 대응 신혼부부 주택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의 높은 집값과 주거비 부담이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기로 결심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정책 도입의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를 위해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장기전세주택Ⅱ’를 시작한다. 장기전세주택Ⅱ는 자녀가 없는 무주택 신혼부부에게 △서울시 연속 거주기간 △무주택 기간 △청약저축 가입기간에 따라 가점을 부여해 높은 점수 순으로 입주자를 선정한다. 혼인신고일로부터 7년 이내 또는 6개월 이내 혼인신고 예정자인 신혼부부가 대상이다. 입주기간은 기본 10년이지만, 입주 후 아이를 1명 낳을 경우 20년으로 연장된다. 2명을 낳으면 20년 후 살던 집을 시세보다 10%, 3명을 낳으면 시세보다 20% 저렴하게 매수할 수 있다. 자녀 수가 늘어나면 해당 단지 내 장기전세주택Ⅱ 공가 혹은 다른 지역으로 평수를 넓혀 옮기는 것도 가능하다.
소득 기준도 완화한다. 전용면적 60㎡ 이하 공공임대주택 신청 대상은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20% 이하(맞벌이가구 180%), 전용면적 60㎡ 초과는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50% 이하(맞벌이가구 200%)다. 자녀를 출산하면 재계약(2년 단위)시 적용되는 소득 기준도 20%포인트 완화해 소득 증가에 따른 퇴거 위험을 낮춘다.
시는 올해 말 올림픽파크 포레온 300가구 공급을 시작으로 2026년까지 총 2396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맞벌이 가구에 대한 소득 기준 완화와 자녀 출산 시 거주기간 연장, 신혼부부에 대한 임대주택 면적 증가 등은 국토교통부 승인사항으로 현재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시는 ‘신혼부부 안심주택’도 도입해 2026년까지 2000가구를 공급한다. 이는 역세권 350m 이내 또는 간선도로변 50m 이내에 건립되는 주택으로, 시는 다음달 시범대상지 모집에 나선 후 7월 중으로 조례·운영기준 등을 마련할 방침이다. 결혼 7년 이내인 신혼부부와 결혼 예정인 예비 신혼부부가 대상이다. 물량의 70%는 임대(민간‧공공), 30%는 분양주택으로 공급하고 출산시 우선 양도권과 매수청구권을 준다. 민간 임대주택은 주변 시세의 70~85%, 공공임대주택은 주변 시세 50% 수준으로 공급한다. 공동 육아나눔터와 서울형 키즈카페 등 맞춤형 육아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시는 공급 활성화를 위해 용도지역 상향, 용적률·건폐율 완화, 세금 감면(분양분 제외)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각종 심의를 통합하고 간소화해 인허가 기간을 6개월 이내로 단축한다. 용도지역은 법적 상한용적률 최대로 부여하고, 늘어난 용적률의 절반을 공공임대로 공급한다. 대출금리가 3.5% 이상일 경우 건설자금(최대 240억 원)에 대해 2%의 이자 차액도 지원한다. 예를 들어 480억 원을 대출 받을 경우 연 이자 4억 8000만 원을 지원하는 식이다.
시는 지난해 서울의 혼인 건수가 약 3만 6000건인 만큼 2026년부터 매년 4000가구씩 이 같은 신혼부부 대상 주택을 공급해 약 10%가 혜택을 매년 입을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다. 오세훈 시장은 “장기전세주택Ⅱ와 신혼부부안심주택 둘을 합쳐서 연평균 4000가구씩 꾸준히 공급하면 전체 신혼부부 필요 물량의 10% 정도를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