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금전 요구로 인해 10여 년 전 부자 관계가 파탄났음에도 다시 연이 끊였던 며느리를 수 차례 찾아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달라"며 돈을 요구한 시아버지가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손승우 판사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스토킹범죄 재범예방강의 수강도 함께 명했다.
A씨는 과거에도 아들인 B씨에게 지속적으로 금전을 요구해 왔으며 이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B씨는 2011년 극단 선택 시도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씨는 아들 내외와 약 10년 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지냈지만 2022년 10월경부터 아들 B씨에게 수시로 찾아가거나 연락해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아들 B씨에게 번번이 거절당하자 A씨는 지난해 1월 며느리 C씨의 직장에까지 찾아갔다. A씨는 "내가 지금 돈이 필요한데, 너희 집 담보로 5000만원을 대출받아서 너의 명의로 된 통장에서 그 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A씨는 그때부터 약 한 달 동안 6회에 걸쳐 며느리 C씨의 회사와 집에 찾아가 기다리거나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B씨와 C씨 부부가 사는 공동주택을 찾아가 집 초인종을 수차례 눌렀으며, 아들 B씨가 그를 아파트 주차장으로 데라고 나가 "돈을 못 드리니까 제발 찾아오시지 말라"고 말했음에도 같은 날 재차 이들의 집 현관문을 두드리고 손잡이를 흔든 것으로도 파악됐다.
손 판사는 "자신의 아들과 며느리라는 이유만으로 끊임없이 돈을 요구하며 괴롭혀 왔으면서도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을 전혀 반성하지 않는 점, 이로 인한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가 고소한 이후에도 아들에게 계속하여 돈을 요구한 점 등은 불리한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이 고령인 점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