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총괄 프로듀서가 9개월 만에 공식 석상에 등장해 “K팝 산업의 미래는 인공지능(AI) 챗봇”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 간의 경영권 분쟁과 자신의 엔터테인먼트 업계 복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이 총괄은 30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국제저작권관리단체연맹(CISAC) 세계 총회의 기조연설에서 “K팝과 AI의 접목은 제가 오랫동안 이야기해온 컬처테크놀로지(CT)”라며 “AI 챗봇은 조만간 우리 인간 저마다의 가장 좋은 친구이자 연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 총괄은 SM엔터에서도 메타버스 세계관을 도입하는 등 기술과 문화의 융합에 앞장서 왔다.
이 총괄은 “저작권 침해와 불법 복제, 표절, 창작자의 경제적 손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AI와 저작권에 대한 법규가 제정돼야 하고 저작권 침해 방지 기술 개발과 표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셀러브리티와 팬들의 만남을 매개하는 AI 기술의 진화에 맞춰 콘텐츠 산업 종사자들도 빠르게 비즈니스 구도를 만들고 경쟁력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AI 챗봇과 아바타, 로봇 등에도 ID가 발급돼 실명제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오프라인 세계의 뉴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앞서 있었던 경영권 분쟁과 SM엔터 경영 당시 악성 K팝 팬덤에 비난받았던 개인적 경험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이 총괄은 기조 발제를 마친 후 따로 질의응답을 받지 않는 등 말을 아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그의 엔터 업계 복귀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이 총괄은 최근 자신의 회사 블루밍그레이스를 통해 ‘A20엔터테인먼트’의 상표 출원을 마쳤다. 이 회사는 지난해 중국, 올해 초에는 일본에서 오디션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조 발언 중 “프랑스 쪽과 송캠프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총괄은 올 3월에는 대화형 AI 스타트업 마인드로직에 투자하기도 했다. 다만 하이브와의 SM엔터 지분 거래 당시 향후 3년간 업계 활동을 할 수 없도록 한 경업금지 조항이 이 총괄의 빠른 업계 복귀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진행된 총회는 2004년 이후 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행사다. 전 세계 116개국 225개 단체를 회원으로 둔 CISAC 관계자들이 저작권 관련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자리다. 이날 행사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추가열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회장, 배우 겸 감독 유지태, 가수 출신인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 앙헬레스 곤잘레스 신데 전 스페인 문화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유 장관은 축사에서 “다양한 형태로 저작물이 오가면서 세계 저작권 단체 간 협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며 “대한민국 정부도 창작자가 투명하고 정당하게 보상받을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유명 팝 그룹 아바의 멤버이자 CISAC 회장인 비에른 울바에우스는 축사 영상을 통해 “한국은 의심할 여지 없는 문화 강국”이라며 “다른 나라에서 인재를 끌어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추 회장은 “저작권 보호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AI 시대에 창작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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