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당 대표 연임 및 대권 행보에 가속도를 붙이는 당헌 개정에 돌입한다. 이 대표가 2026년 지방선거 공천권까지 틀어쥐면서 차기 대권에 나서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총선 압승 이후 이 대표 ‘사당화’가 심화하는 형국이지만 ‘브레이크 없는 독주 체제’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30일 의원총회에서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년 전까지는 사퇴하도록 규정한 당헌을 수정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 시안’을 공개했다. 당헌·당규 개정 태스크포스(TF)가 만든 시안에는 당 대표 사퇴 시한과 전국 단위 선거 일정이 맞물릴 경우 당무위원회 의결을 통해 사퇴 시기 변경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혼선 방지’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사실상 이 대표의 연임을 위한 개정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대표가 연임할 경우 임기는 2026년 8월까지인데 현행 당헌에 따르면 대선 출마를 위해서는 2026년 3월까지 대표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2021년 당시 이낙연 전 대표가 같은 이유로 사퇴했다.
하지만 당헌 개정을 통해 이 대표가 임기를 채우게 되면 2026년 6월 예정된 지방선거의 공천권도 안정적으로 행사할 수 있다. 지금은 당내 대권 주자가 이 대표뿐이지만 경쟁 구도로 바뀌더라도 이 대표에게 공천을 받은 이들은 강력한 우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시안에는 또 “현행 당헌에서는 대통령 궐위 등 국가 비상 상황 발생 시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으므로 미비 규정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탄핵’을 언급하고 있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TF 단장인 장경태 의원은 “미비한 규정을 보완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도 ‘탄핵’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는 “당헌·당규에 적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상당한 사유’라고 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 대표 연임에 대한 여론은 좋지 않다. 이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적절하다’는 응답은 39%, ‘부적절하다’는 49%로 부정적 여론이 더 높게 나타났다(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 대상으로 27~29일 진행,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중앙여심위 참조).
민주당은 또 이 대표에 대한 적용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됐던 부정부패 연루자를 직무에서 자동 정지하도록 하는 ‘당헌 80조’도 삭제할 방침이다. 소위 ‘검찰 독재 정권’에서는 부합하지 않은 내용이라는 이유에서다. 2015년 ‘김상곤 혁신위’가 만든 ‘우리 당 귀책사유로 재보궐 선거 유발 시 무공천 규정’도 폐지 수순을 밟는다.
이 대표는 선수별 의원 간담회를 열어 당헌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지만 당헌 개정에 대한 지도부의 의사가 확고해 반발 및 추가 수정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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