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빈곤 등의 사유로 국선변호인을 신청했으나, 재판부가 이를 기각해 그대로 심리를 진행한 것은 형사소송법에 위배돼 다시 재판을 열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이 국선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법이 보장하는 방어권을 적절하게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1년간 보호관찰을 명령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2021년 5월 인천 중구의 한 지하상가 옆 도로에서 자신이 탑승하려던 택시에 B씨가 먼저 탄 것이 화가 나 욕설과 폭행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의 일행에게도 욕을 하고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는 등 폭행을 가했다.
1심과 2심은 A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1년간의 보호관찰도 명령했다. A씨는 2017년 전까지 10차례에 이르는 징역형 선고 전력이 있었다.
당시 A씨는 2심 재판에 앞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른 수급권자에 해당한다는 소명자료와 함께 국선변호인 선정을 청구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뒤집고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피고인이 국선변호인 없이 재판을 받았다면 효과적인 방어권을 행사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심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피고인이 국선변호인 선정 청구를 하면서 제출한 소명자료에 의하면 피고인이 빈곤으로 인하여 변호인을 선임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인정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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