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경복궁 담장에 불법사이트 홍보 문구를 스프레이로 쓰라고 미성년자들을 지시해 구속된 총책 A 씨가 검찰에 송치됐다.
30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경복궁 담장 낙서훼손 사건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을 열어 총책 A(30) 씨를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경복궁 담장 등에 낙서를 실행한 미성년자 피의자 B 씨와 C 씨, 이들에게 대가를 송금하고 불법사이트 운영을 도운 D 씨 또한 검거해 A 씨와 함께 검찰에 넘겼다. 불법사이트를 함께 운영하는 등 도움을 준 공범 3명과 숭례문 등을 대상으로 낙서를 예비 음모한 1명 또한 추가로 검거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일 범행 직후 종로경찰서는 경복궁 낙서훼손 혐의 수사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불법사이트 운영 혐의 수사를 담당해왔다. 그러나 범행 과정이 모두 익명성이 높은 텔레그램 메신저만을 사용해 진행됐다는 점이 확인돼 지난 2월 20일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로 수사전담팀이 일원화됐다.
A 씨는 텔레그램 상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사이트를 바이럴마케팅할 목적으로 행위자를 물색하다 피의자 B 씨를 만나 500만원의 대가를 약속하며 범행을 공모했다. 이후 공범 1명을 통해 범행도구 준비 비용과 교통비 명목으로 B 씨에게 10만원을 송금했다. B 씨는 지난해 12월 16일 오전 1시 42분에서 오전 2시 44분 사이 경복궁 영추문 담장 등 3개소에 낙서를 실행했다.
낙서훼손으로 피해를 입은 장소는 경복궁 영추문 좌측 담장(폭 3.9m, 높이 2m), 우측 담장(폭 5.2m, 높이 2m), 국립고궁박물관 좌측담장(폭 8.1m, 높이 2.4m), 우측담장(폭 16m, 높이 2m), 서울경찰청 동문 등이다.
A 씨는 B 씨와 C 씨 등을 통해 진행한 범행 외에도 지난해 12월 14일 또다른 미성년자 1명을 교사해 숭례문과 경복궁 담장, 광화문 세종대왕상 등에도 낙서 훼손을 사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행위자가 중도에 포기해 실제 범행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경찰은 A 씨에게 예비음모 혐의도 추가했다. A 씨는 다수의 전과가 있으며, 지난해 중순께 사기 혐의로 복역을 마치고 출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A 씨는 일면식도 없는 공범들과 공모해 배너 광고 대금을 얻을 목적으로 지난해 10월께부터 불법 영상공유 사이트 도메인 5개와 불법음란물 공유사이트 도메인 3개를 구축해 운영해왔다. 그는 영화 등 저작물 2368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3개, 불법촬영물 9개, 음란물 930개를 배포해 유통하기도 했다. A 씨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슬로베니아 등 해외 클라우드 서비스만을 이용했으며, 수익금을 가상자산으로 바꿔 관리하기도 했다. A 씨가 2개월간 얻은 범죄수익은 2억50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범행 이후 수사기관의 추적을 회피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21일 낙서 대가를 송금한 공범에게 지시해 수사기관에 조작된 증거를 제출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 2월께에는 텔레그램 공개대화방 등에 ‘사이트 운영 관련해 긴급체포됐다’며 허위 소문을 유포하기도 했다. 그는 경찰의 수사망이 좁혀오자 여권을 발급받은 뒤 태국과 일본 등으로 도주하려 했지만, 국내에서 자신에 대한 관심이 식기를 기다리기로 결정해 전남 여수의 한 숙박업소에서 도피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해 여수로 이동을 하며 고속도로를 이용하지 않는 등 치밀하게 도주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체포 이후 경찰의 수사를 받던 중 지난 28일 도주하기도 했다. A 씨는 이날 오후 1시 50분께 흡연을 하고싶다며 밖으로 나온 뒤 경찰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도주행각을 벌였다. 당시 그의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지만, 자신이 마른 체형이라는 점을 이용해 이를 빼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 씨를 추적해 오후 3시 40분께 그를 붙잡았다.
향후 경찰은 A 씨 등에 대한 공범과 여죄 및 범죄수익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가문화유산을 훼손하는 행위는 벌금형 없이 3년 이상의 유기징역형만을 규정한 중범죄”라며 “행위자 또한 반드시 검거돼 강력히 처벌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문화유산을 훼손하는 모방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부한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