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을 폭로하겠다며 전 연인을 협박해 교제를 강요한 인터넷 방송 진행자(BJ)가 항소심에서도 집행유예를 받은 가운데, 재판부가 일부 혐의에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이례적으로 검찰에 “꼭 상고하라”고 당부했다.
인천지법 형사항소 1-3부(이수민 부장판사)는 30일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정보통신망법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과 강요미수 등 혐의로 기소된 BJ 박(40)씨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20시간도 명령했다.
앞서 1심에서 박 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2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했던 정보통신망법상 공포심 유발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이 판사는 “이 부분은 사건 이후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으로는 유죄가 될 순 있지만 정보통신망법으로는 유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면서도 “판사 생활 20년을 통틀어 정말 고민스러운 사건이었다. 이 부분을 무죄로 바꾸는 것에 고민이 많았지만 무죄를 선고하면 대법원 상고를 할 수 있게 된다. 검찰총장의 관심 사안이니 꼭 상고하라”고 말했다. 1심 선고 20여 일 뒤 박 씨의 전 여자친구 A씨가 약물 과다복용으로 입원했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해 4월 인천지검에 “항소심에서는 적어도 피해자 가족이 수긍할 수 있는 선고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피해자는 의식불명 상태로 요양병원에서 지내다가 같은 해 9월 숨졌다.
박 씨는 2020년 5월 개인 방송 플랫폼에서 전 여자친구 A씨의 사생활을 폭로하겠다고 예고하며 협박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같은 해 2개월가량 연애했던 A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계속 만나자며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박 씨는 “A씨로부터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며 허위 제보 글을 작성한 뒤 30개 언론사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또 A씨가 다니던 회사 인터넷 게시판에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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