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50년대 인류는 과학의 꽃을 피웠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고 원자력을 에너지로도 쓰며 고도성장을 거듭했다. 하지만 냉전의 분위기는 이어졌다. 서로를 이기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고, 고성장도 그런 피곤함 속에서 지속됐다. 인류는 지쳐갔으며 그런 정부의 강압에 저항하던 사람들이 생겨났다. 바로 ‘히피(hippie)’다.
히피 문화에는 거북한 방종과 일탈도 포함되지만 그들의 혁신은 무시할 수 없다. 1969년 인터넷이 미국 국방부 산하기관(DARPA)에 의해 처음으로 소개됐다. 1970년대초 컴퓨터는 국가와 거대 기업만이 보유하고 있었으므로 히피들은 인간이 그들에 의해 지배될 수 있음을 우려했으며, 개인용 컴퓨터(PC) 개발을 주도했다. 캘리포니아의 홈브루 (Homebrew) 컴퓨터 클럽도 그런 움직임 속에 탄생했는데 애플을 설립한 스티브 잡스도 그 곳 출신이다. 히피들의 각성이 PC를 만들고, 인터넷 세계로 우리를 초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0년대초 미국 도널드 레이건 대통령과 영국 대처 수상이 만나 규제 완화를 논의했다. 인류가 PC와 컴퓨터처럼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고, 생산성을 높일 도구를 손에 넣었으니 마음껏 하도록 풀어주자는 의도도 담겨 있다. 글로벌화도 그런 맥락에서 탄생했다.
2010년대 이후 세계경제에서 미국의 독주가 계속되고 있다. 반면 그런 미국인들조차 행복지수는 하락하고 있다. 그 주원인은 부의 불균형이다.
칼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구조적으로 부의 불균형을 야기한다고 비판하지만 사회주의 국가들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부의 불균형은 기회를 말살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한 젊은이가 스마트한 사업 구상을 해도 정부는 허가를 받으라고 한다. 관련 시행 규정도 모호하다. 그런데 거기에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다. 규제의 틀 속에서 선량한 사람들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이지만 결국 돈은 제도권이 정해 놓은 금융기관을 통해서만 흐른다. 그만큼 부가가치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가난한 젊은이들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부자 노인들이 그것을 비싸게 사 줘야 부의 불균형이 해소될 텐데 규제가 금융기관과 같은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그 길을 막고 있다. ‘탈 중앙’을 외치며 여기에 저항하는 세력들이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암호화폐도 그런 맥락이다.
특히 이런 흐름을 인공지능(AI)이 가속화할 수 있다. 규제란 불확실성 때문에 존재한다. 그러나 AI가 발전해 모든 일을 인류가 올바르게 해석하고 투명해질수록 규제의 명분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또 1980년대 PC와 인터넷이 성장의 도구로 등장하며 규제가 완화됐던 것처럼 2020년대는 AI가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우리는 소셜미디어에 편하게 자시의 생각을 적는다. AI는 그것을 학습하고, 다른 누군가의 질문에 대답할 때 그 내용을 사용한다. 즉 대중은 AI를 통해 서로 배우며 빠르게 스마트해지고,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갈 것이다. 그것이 부의 불균형과 저성장의 문제를 해결할 것이며 그렇게 믿는 새로운 히피들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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