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성악가'의 씁쓸한 퇴장이다. 뺑소니·음주운전·사고후미조치·범인도피교사 등 수많은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33)과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의 안일한 대처와 행동이 대중에 큰 실망을 안기고 있다. 검찰 조사가 남았지만 김호중의 이미지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수준이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사고후미조치 등 혐의를 받는 김호중을 31일 오전 8시 1분께 검찰로 송치했다. 강남경찰서 정문을 통해 나온 김호중은 수척한 모습으로 호송차에 올랐다. '검찰 송치를 앞두고 할 말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죄송하다. 끝나고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앞서 김호중은 지난 9일 오후 11시 40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도로에서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매니저인 장 모 씨에게 경찰 대리 출석을 요구한 혐의도 있다. 경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사고 후 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김호중을 구속한 상태로 조사를 이어왔다.
김호중의 사건은 지난 14일 알려졌다. 소속사의 대처는 안일했다.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는 사건 당일 "김호중이 사고를 낸 후 공황이 와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를 낸 김호중 대신 매니저 A씨가 자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소속사 대표가 직접 입장문을 내고 "내가 지시했다"는 충격적인 입장을 전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입장은 계속됐다. 한 매체의 보도로 김호중이 유흥주점에 갔다고 알려지자 소속사는 "김호중은 인사차 들렀을 뿐 술을 마시지 않았다", "술잔은 입에 댔지만 마시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경찰의 조사로 김호중은 사건이 불거진 지 열흘만에 음주운전을 시인했고, 사건은 돌이킬 수 없는 국면으로 흘러갔다.
아울러 김호중은 지난 21일 강남경찰서에 출석하며 취재진과 포토라인을 피해 지하주차장으로 '도둑 출석'을 하는가 하면, 조사가 끝난 오후 5시경부터 10시까지 약 6시간 동안 포토라인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머물러 취재진과 대중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논란에 논란이 중첩되며 김호중의 이미지도 크게 훼손됐다. 방송가와 공연가는 일찍이 김호중 '손절'에 나섰다. KBS 예능 프로그램 '신상출시 편스토랑' 측은 김호중의 방송 분량을 편집하기로 했다.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가보자GO 시즌2' 측도 이후 김호중과 촬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8일에는 김호중의 모교 김천예술고등학교가 교내 쉼터인 '트바로티집'의 현판과 김호중의 사진을 모두 제거했다고 전했다. 경북 김천시는 '김호중 소리길' 철거 여부를 두고 내부에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호중의 소속사 생각엔터테인먼트도 문을 닫게 됐다. 2022년 약 94억원이던 생각엔터테인먼트의 현금성 자산은 1년 만에 16억원 대로 떨어졌다. 2023년에는 공연 등 수익을 미리 받아둔 것으로 보이는 선수금만 약 125억으로, 소속사는 지난 27일 사실상 폐업 수순임을 밝혔다.
다만 일부 팬덤은 여전히 김호중을 응원하고 있다. 김호중의 공식 팬카페 운영진은 27일 공지글을 통해 "김호중 가수님과 생각엔터테인먼트 계약 종료가 공식적으로 발표될 경우, 생각엔터테인먼트는 김호중 공식 팬카페 트바로티에서 즉각 탈퇴할 것을 요구한다"며 "김호중 가수님과 본 팬카페의 회원인 김호중의 팬덤, 즉 아리스는 하나이며, 아리스는 김호중 가수님과 끝까지 함께할 것임을 다시 한번 표명한다"고 밝혔다.
한 팬은 동료 트로트 가수인 임영웅을 함께 언급하며 김호중을 감싸는 댓글을 남겨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팬 A씨는 임영웅의 콘서트 영상이 공개된 유튜브 댓글로 "영웅이는 양심 있으면 이번 공연으로 번 돈에서 호중이 위약금 꼭 보태 줘. 동기인 호중이는 지금 구속됐는데, 너는 어떻게 즐거울 수 있냐"라고 남겼는데, 해당 댓글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며 비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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