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맞벌이 가정의 약 24%가 우울감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킹맘·대디들의 개인 휴식 시간은 하루 1시간 정도에 그쳤다. 사회·제도적 지원이 부족한 육아·돌봄이 어려운 점으로 꼽혔다. 결혼 적령기 청년 15.8%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암울한 현실 인식을 드러냈다.
1일 서울연구원은 ‘서울 워킹맘·워킹대디의 현주소’ 자료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만 0~9세 자녀를 둔 서울 맞벌이 부부 555명의 23.6%는 우울감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불면증과 불안감을 경험한 비율은 각각 20.8%와 15.8%로, 8.6%는 자살 생각까지 한 적이 있었다.
최근 3개월간 일과 생활의 균형 정도를 물은 결과 워킹맘의 43.7%와 워킹대디의 38.8%는 ‘일에 치이다 보니 삶의 목표가 무엇인지를 잊을 때가 있다’고 했다. 워킹맘·대디 10명 중 3명은 퇴근 후에도 일 걱정을 했다.
일과를 보면 워킹맘은 가사·자녀 돌봄, 워킹대디는 직장생활·경제활동 시간이 상대적으로 긴 차이를 보였다. 가사·자녀 돌봄은 워킹맘 3.4시간, 워킹대디 1.8시간으로 여성이 남성의 2배에 달했다. 반면 직장생활·경제활동은 워킹맘 7.5시간, 워킹대디 8.9시간이었다.
연구원은 워킹맘에서 돌봄 비중이 증가할수록 우울·불안·자살 생각의 비율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분석했다. 또 워킹맘 가정의 53.1%는 부모로서 겪는 가정의 어려움으로 ‘돌봄 공백’을 꼽았다. 하루 개인 활동·휴식은 워킹맘 1.4시간, 워킹대디 1.5시간으로 모두 1시간 남짓에 불과했다.
육아휴직의 경우 여전히 회사 눈치를 보는 곳이 많았다. 만 0~9세 자녀와 함께 사는 20~64세 기혼자 807명을 조사한 결과 워킹맘의 30.3%, 워킹대디의 46.4%가 ‘직장에서 육아휴직을 이용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답했다.
이러한 현실 가운데 2022년 결혼 적령기인 서울 미혼 청년 중 15.8%는 ‘향후에도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 지난해 서울의 연간 혼인 건수는 3만 6324건으로, 2010년(7만 466건)보다 절반 넘게 급감했다. 통계청 출생사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0.55명이었다. 이는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를 뜻한다. 결혼 자체를 고민하는 청년 세대가 혼인하고 출산을 한다고 해도 육아와 돌봄의 장벽에 부딪히고 우울증까지 겪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원은 출산 직후부터 양육자의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수준을 정확히 진단하고 문제가 심화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 양육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문제 예방을 위해 여가·신체활동 등을 포함한 다양한 ‘힐링’ 프로그램 개발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무엇보다 부모의 행복을 위해서는 엄마가 주로 아이를 키운다는 인식을 개선하고 엄마와 아빠가 함께 키우는 문화를 확산하는 것이 전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