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인도·태평양 40여 개국 국방 수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북한의 이른바 ‘오물 풍선’ 살포를 강력하게 규탄했다.
신 장관은 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최근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 행위를 두고 “정상국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치졸하고 저급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26일 한국 민간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맞대응하는 차원이라며 대남 풍선 살포를 예고하고 28일 밤부터 오물 풍선 260여 개를 남쪽으로 날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9일 담화에서 오물 풍선에 대해 “우리 인민의 표현의 자유”라며 “성의의 선물로 여기고 계속 계속 주워 담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 장관은 이와 관련해 “반인륜적인 데다 정전협정에 대한 명백하고 중대한 위반”이라며 “이를 강력히 규탄하고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북한은 핵 투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미사일을 개발하고 있고 올해에만 12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최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위배되는 탄도미사일 기술 활용 로켓을 정찰위성이라며 발사했다”고 비판했다. 신 장관은 또 “북한의 무분별한 핵·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은 실존적 위협이고 인태 지역과 세계 평화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 개발에만 몰두해 오랫동안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북한 인권과 핵·미사일 문제 모두 ‘독재 정권의 지속’이라는 동일한 뿌리에서 나왔다”고 설파했다.
신 장관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움직임도 강하게 경계했다. 그는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을 수출하고 반대급부로 식량과 유류품, 군사기술 등을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며 “러시아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세계 평화의 수호자가 돼야 하는데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는 정권에서 무기를 지원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상하기도 어려운 극단의 자기 모순적 행동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배신”이라며 “이는 국제 질서와 규범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분쟁과 대립을 조장하는 원인이므로 러북 무기 거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신 장관은 중국을 향해서는 최근 한중일 정상회의 공동 성명에 비핵화가 언급되지 않은 점을 들면서 “한반도의 안정, 비핵화를 위해 보다 건설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신 장관은 자체 핵무장에 관한 청중의 질문을 두고는 “자체 핵무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과 한미동맹을 믿지 않는다는 전제”라며 “현실적으로 채택이 굉장히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