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 법제사법위원회와 운영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독식하려는 거대 야당의 폭주가 도를 넘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힘이 계속 무성의한 태도를 보인다면 민주당은 국회법이 규정한 대로 원 구성을 진행하겠다”며 7일 야권 단독으로 원 구성 안건 표결을 밀어붙일 수 있음을 내비쳤다. 박 원내대표와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은 원 구성 협상을 위한 ‘2+2’ 원내대표단 회동을 재개했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원 구성 협상이 난맥상을 보이는 데는 소수 의견을 존중해온 국회 관행과 여야 합의 정신을 무시하려는 거대 야당의 책임이 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원 구성 폭주를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민주주의 제도는 다수결이 원칙”이라며 “이번에는 법대로 6월 7일까지 원 구성, 상임위 구성을 꼭 마쳐야 한다”고 원 구성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물론 국회법은 상임위원장을 다수 득표자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화와 타협의 의회민주주의가 뿌리내리도록 하기 위해 우리 국회는 여야 합의를 통한 상임위원장 안배 관행을 만들어왔다. 국회의장에 원내 제1당 출신이 선출되면 법사위원장은 제2당이, 대통령실 등을 담당하는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대체로 맡아왔다.
국회 운영의 양대 원칙은 다수결 원리와 소수 의견 존중이다. 민주당도 후자의 원칙을 강조해온 소수 야당 시절의 입장을 돌아봐야 한다. 18대 국회와 19대 국회에서 민주당 계열의 소수 야당이 국민의힘 계열 다수 여당의 양해 아래 법사위원장을 맡게 된 것도 법사위를 통해 거대 정당의 입법 독주를 막게 하려는 취지에 따른 것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 전반기 때 압도적 수적 우위를 앞세워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고 입법 폭주를 일삼다가 대선을 앞두고 ‘여당 독주’ 역풍이 불자 부랴부랴 상임위원장을 안배하는 원 구성 협상에 나섰던 흑역사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 여야 협의와 합의 정신을 무시한 상임위 독식과 입법 폭주, 극한 대립 정치의 악순환이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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