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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대통령에 집권 좌파 셰인바움…‘마초’ 국가서 첫 여성 대통령 탄생

2위 후보와 20% 이상 격차 벌리며 당선 확정

공학 박사에 수도 시장, 대통령까지 모두 ‘최초’

마약과의 전쟁·경제 문제 등 해결 과제 산적

전임 대통령 ‘그림자’ 벗어나는 것도 시급

3일(현지 시간) 오전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서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를 확정 지은 뒤 소감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멕시코에서 200년 헌정 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1억 3000만 명의 멕시코 유권자들은 2일(현지 시간) 열린 대선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집권 좌파 국가재생운동(MORENA·모레나)의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후보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남성 중심 문화(Machismo·마치스모)가 강한 멕시코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온 것은 1824년 연방정부 수립을 규정한 헌법 제정 이후 두 세기 만에 처음이다. 이날 멕시코 국립선거연구소(INE) 신속 집계 결과 셰인바움 후보가 득표율 58.3~60.7%를 기록해 26.6∼28.6%를 얻은 우파 중심 야당연합 소치틀 갈베스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셰인바움은 10월 1일 취임식을 갖고 6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최초’ 수식어 따라 붙는 여성 지도자=셰인바움은 수도 멕시코시티에서 태어나 멕시코국립자치대에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에너지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멕시코시티 시장이던 2000년 12월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을 맡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모레나 창당 멤버로 합류하며 정치권에 뛰어들었고 2018년에는 여성 최초로 멕시코시티 시장으로 당선됐다.



브라질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로마 가톨릭 신자가 많은 멕시코는 여성의 가정 밖 삶을 제한하는 문화가 강했다. 이에 멕시코는 2019년 개헌을 통해 헌법에 성평등적 요소를 명시하는 등 여성 지위 향상에 힘썼다. 현지 매체들은 미국보다 멕시코가 먼저 여성 대통령을 배출한 점에 주목하며 이번 대선이 역사적인 선거로 자리매김했다고 타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1953년까지 멕시코에서 투표조차 할 수 없었던 여성들이 최근 몇 년 동안 멕시코 정치에서 이룬 엄청난 발전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마약과의 전쟁’부터 경제문제까지, 해결 과제 산적=최우선 과제는 단연 마약과의 전쟁이다. 특히 마약 카르텔의 폭력은 멕시코 정부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현직 시장 등 52명이 살해되는 등 치안 문제에도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재임 기간 동안 범죄 집단과 전쟁을 벌이는 대신 폭력의 동인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며 ‘총알이 아닌 포옹’ 전략을 펼쳐왔다.



경제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멕시코 연방정부 적자는 올해 약 6%로 치솟았고 국영 석유회사인 페멕스는 부채로 허덕이며 재정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대규모 재정 적자, 이민자 문제를 두고 빚어지는 미국과의 갈등도 문제다. 저수지가 바닥나는 등 광범위한 물 부족으로 전례 없는 위기도 차기 정부에 숙제로 주어졌다.

◇지지율 60% 넘는 전임자 그늘 벗어나야=전임 대통령을 뛰어넘는 것도 과제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셰인바움을 멕시코시티 환경부 장관으로 지명해 정치권에 뛰어든 후 그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대선 주자로 오를 수 있었던 것도 6년 단임제로 재선에 나설 수 없는 현직 대통령의 지지가 바탕이 됐기에 가능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2018년 대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며 수십 년 동안 멕시코 정치의 상징으로 활동해왔고 퇴임 때까지 60% 이상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셰인바움의 가장 큰 도전은 서민적인 매력과 카리스마 넘치는 전임 대통령의 뒤를 이어 60%대 중반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카를로스 브라보 레히도르 멕시코 정치 분석가는 “경선의 대부분은 투표 용지에 없었지만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 즉 강력한 현직 대통령인 오브라도르에 초점이 맞춰졌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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