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고물가를 경험하고 있는 유럽에서 이웃 나라로 ‘원정 장보기’를 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2010년대 말 독일은 안정적인 성장과 물가로 인해 이웃 나라에서 ‘원정’ 장을 보러 가는 나라였는데 이제는 스페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BFM TV가 3일(현지시간) 고물가에 버스로 프랑스에서 400㎞를 달려 이웃 나라 스페인에서 장을 보는 경우까지 생겨났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에 있는 관광버스 회사 아쥐르 에바지옹은 2년 전부터 매주 한 차례 '장보기 고객'을 싣고 스페인을 오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보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스페인에서 장을 보려는 이들이 늘면서 버스 수용 인원도 배로 늘렸다.
한 사람당 왕복 요금은 39유로(5만8천원)로, 개인이 차를 직접 운전할 때 드는 통행료와 기름값을 고려하면 파격적으로 낮다.
세 아이의 엄마 프리실리아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담배와 식료품, 특히 고기를 사러 더 자주 오게 된다"며 "샌드위치 빵을 예로 들자면 여기(스페인)에서는 500g에 1.59유로(2천300원)인데 마르세유에서는 200g에 2.20유로(3천200원)를 낸다"고 전했다.
프리실리아는 고기 6㎏은 34유로(5만원)에 샀다며 프랑스에서 구매할 때보다 40%가량 싸다고 덧붙였다.
이 버스의 승객 말리크는 프랑스에서 시장 가방 두 개를 채우는 돈이면 스페인에서는 5개를 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일이나 비누, 다른 모든 생필품을 담았다"며 "프랑스에서는 너무 비싸서 사지 않는 제품들"이라고 말했다.
‘원정 장보기’에 나서는 이들에 따르면 스페인 생필품 물가가 프랑스보다 평균 20∼30% 저렴하다.
실제로 전 세계 생활비 비교 사이트인 엑스파티스탄에 따르면 스페인의 생활 물가는 프랑스보다 평균 25% 저렴하다.
한편 프랑스 통계청에 따르면 프랑스의 소비자 물가 지수 상승률은 2022년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꾸준히 상승해 작년 2월 6.3%까지 올랐다가 차츰 하락해 지난달 2.2%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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