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베트남전에서 전공을 올려 화랑무공훈장을 받고도 당시 군 사정 때문에 상병으로 전역한 참전 용사가 50년 만에 병장으로 진급했다.
4일 육군에 따르면 제35보병사단은 지난달 29일 전북 남원시의 백마연대 본부에서 설동문(76)씨의 병장 특별 진급식을 개최했다.
설씨는 1970년 9월 27사단에 입대해 1971년 12월 맹호부대 기갑연대 소속으로 베트남전에 파병됐다. 1972년 4월 11~26일 맹호부대와 북베트남 정규군 사이 치러진 '안케패스 전투'에서 활약했다. 이 전투는 베트남전을 통틀어 한국군에서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와 '안케패스 대혈전'으로도 불린다.
설씨는 그해 4월 24일 치열한 전투 끝에 탈환한 고지를 사수하던 중 적의 포탄에 다리를 다쳤다. 이 과정에서 전략적 요충지를 사수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화랑무공훈장을 받았다. 부상을 입은 그는 귀국해 35사단에서 복무를 마치고 1973년 7월 상병으로 만기 전역했다. 당시에는 모든 병사가 병장으로 진급하지 않고 공석 직위에 따라 진급자 수가 결정됐기 때문에 설씨처럼 만기 복무하고도 상병으로 전역한 장병들이 있었다.
35사단은 국가와 군을 위해 헌신하고도 상병으로 전역한 설씨를 위해 백마여단 전 장병 및 군무원, 순창군청 관계자 등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행사에서 진급을 축하했다.
설씨는 "'어쩌면 내 묘비에 상병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고 기록되지 않을까?'라는 아쉬움이 항상 많았는데 병장 진급 기회를 줘서 너무 감사하다"며 "많은 후배가 함께 축하해줘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쁘고 평생 잊지 못할 좋은 추억을 만든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남주 백마여단장은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절에 나라를 위해 헌신한 참전용사분들에게 예우를 다하기 위해 행사를 마련했다"며 "행사에 참여한 부대 장병 모두가 참전용사분들의 뜻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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