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가자지구 3단계 휴전안의 성사 여부에 세계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이란의 외무대행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부터 중단해야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냉소했다.
3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알리 바게리-카니 외무장관 대행은 이날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주재 이란 대사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한 가자지구 전쟁 휴전안에 대해 “미국인이 정직하다면 휴전이라는 명목으로 방안을 제안하는 대신 이스라엘에 대한 모든 지원을 중단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래야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 수단과 능력을 잃게 되고 전쟁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이스라엘군 철수와 인질 및 포로 석방, 가자지구 재건 등으로 나아가는 3단계 휴전안을 공개한 바 있다.
바게리-카니 대행은 지난달 헬기 추락 사고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이 사망하면서 외무장관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그는 대행직을 맡은 후 첫 해외 방문지로 레바논을 찾았다. 바게리-카니 대행은 레바논을 찾을 이유로 이곳이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의 요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신은 레바논의 시아파 이슬람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교전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에 경고를 보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란은 헤즈볼라를 비롯해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예멘의 후티 반군 등을 안팎으로 지원해왔다. 실제 이날 바게리-카니 대행은 “이스라엘에 기본적인 이성이 있다면 레바논의 저항 세력(헤즈볼라)과의 관계를 가자지구와 비슷한 상황(전면전)에 놓이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게리-카니 대행은 또 이란 정부가 오만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에 관여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항상 협상을 계속해 왔다"고 말했다. 이란과 미국은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 공식적인 외교관계를 맺고 있지 않지만 미국이 오만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의 이란 측 수석 대표를 맡았던 바게리-카니 대행은 이란 핵 활동과 관련해서도 서방과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들에게 더 이상 기회를 놓치지 말고, 그들이 해야했지만 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보상할 것을 조언한다"고 말했다.
바게리-카니 대행은 이날 레바논의 나지브 미카티 임시 총리, 압달라 부 하비브 외무장관, 나비 베리 국회의장 등과 회동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정파 등과도 만났다고 말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바게리-카니 대행은 4일 시리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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