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아직 쌀쌀한 기운이 맴돌았던 3월. 도시의 고독한 비건 지향인 넷이 서울 연남동에 모였습니다. 그 누구보다 동물을 아끼는 세 명과, 그만큼은 아니지만 고양이 집사로서 행복한 에디터까지. 언제나 그렇듯 모임 장소는 비건 맛집. 이번에 찾아간 '아민 연남'은 일단...마구 사진을 찍게 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플레이팅이 진짜 이뻤거든요.
아민 연남의 메뉴는 4종입니다. 모로코 잘룩 플레이트, 터키 츨브르 플레이트, 그릭 살라타 플레이트, 이스라엘 샥슈카 플레이트. 사실 여기서 비건 메뉴는 모로코 잘룩 플레이트 한 종류뿐이고 나머지에는 달걀, 새우, 요거트같은 동물성 식재료가 들어갑니다. 비건 용사님들에겐 아쉬울 수 있겠지만 논비건 친구들을 데려가기 좋을테고, 비건지향·논비건 용사님들께는 언제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맛집이라 좋을 듯했습니다.
4명이니까 4종을 모두 주문했습니다. 에디터가 주문한 건 터키 츨브르 플레이트. 사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간 데다 키오스크에도 별다른 설명이 없어서 그냥 주문했는데, 알고 보니 그릭요거트와 달걀이 들어간 논비건 메뉴였습니다. 그렇지만 음식이 나오는 순간 아름다운 플레이팅에 반해 모두가 일제히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항공샷, 필터샷, 그 외 어떻게든 잘 찍어보려고 노력했지만 똥손인 에디터에게는 역시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터키 츨브르는 수란과 요거트로 만드는 터키식 브런치입니다. 달걀이 없는 비건 버전이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부드럽고 따뜻한 소스를 빵에 묻혀 먹는 맛은 거부하기 힘들었습니다. 색은 빨갛지만 담백하고 슴슴한 맛입니다.
그리고 사진 오른쪽 위의 조그만 병 두 개가 보이시나요? 소스나 드레싱이 아니라, 식전주로 서빙되는 무알콜 뱅쇼와 올리브유입니다. 무알콜 뱅쇼를 작고 귀여운 잔에 반 정도 따른 후 그 절반 만큼의 올리브오일을 부어 마시는 독특한 식전주입니다. 무알콜 뱅쇼의 상큼한 맛을 부드러운 올리브유가 감싸서 아주 특이한 목넘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비건 메뉴인 모로코 잘룩 플레이트도 한 입 맛봤는데, 빵과 가지와 아보카도와 쿠스쿠스의 조합은 '맛없없' 아닐까요? 역시 비교적 부드럽고 담백한, 속이 편한 맛이었습니다.
아민은 원래 이화여대 지점에서 출발해 지난 10년 동안 지중해의 맛을 퍼뜨려온 곳입니다. 본격적인 비건 식당은 아니지만 누구나 편하게 찾아가서 '비며들기' 좋은 곳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의식의 흐름에 따라 해방촌 '모로코코 카페'도 오랜만에 떠올랐습니다. 모로코 음식점인데 비건 메뉴가 있는, 그리고 정말 이국적이고 맛있었던 곳입니다. 지구용레터 '해방촌 비건로드' 편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용사님도 오늘이든 이번 주말이든 꼬옥 맛있는 음식 드시고, 따숩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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