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개인 소비자들이 고물가를 견디다 못해 지갑을 닫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금리나 불황보다 인플레이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물가를 잡지 못하면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개인 소비가 꺾이고 경기 회복세도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현지 시간) CNN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신용카드·수표 등을 통해 추적한 올 1분기 소비자 결제 규모가 지난해 동기 대비 3.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같은 기간 10% 성장에서 크게 감소한 수치다. 글로벌 회계법인 KPMG의 최근 설문조사에서는 연 소득 20만 달러(약 2억 7000만 원) 이상의 고소득자 중 60%가 “올해 할인 쇼핑을 더 많이 할 것”이라고 답했다. KPMG 관계자는 “미국인들은 인플레이션 렌즈를 통해 경제의 성장 전망을 보고 있으며 실제 그 영향을 구매력 약화로 체감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소득 수준과 관계 없이, 노동 시장의 강세와 낮은 실업률의 순풍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할인 쇼핑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설문 응답자의 75%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가 개인의 재정 상황을 개선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소비자들이 물가에 집중하고 있음을 재차 강조했다.
소비자들이 가격에 민감해지자 기업 실적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가 오른 만큼 최종 상품 가격에 반영할 수 없어서다. 실제 최근 코스트코는 실적 발표를 하며 “1.5달러짜리 핫도그 세트 가격이 당분간 인상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상품은 코스트코의 대표적인 고객 유인용 상품으로 1985년부터 이 가격을 고수해왔다. 물가 추세로 보면 가격을 올리는 것이 합당하지만 코스트코는 고객 반발을 고려해 손실을 감수하기로 했다. 맥도날드 역시 2019년 4.39달러였는데 현재는 5.29달러로 훌쩍 오른 빅맥에 불만을 품은 고객들이 늘어나자 5달러 세트 메뉴를 한시적으로 내놨다. 버거킹도 지난주 5달러 메뉴를 발표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스(FT) 팟캐스트에 출연해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을 정말 싫어한다”며 “특히 저소득층은 인플레이션보다 불황을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물가가 유지되는 한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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