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1세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비공개 석상에서 뚜렷한 인지력 저하 징후를 보였다는 보도가 나와 대선을 앞두고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백악관과 민주당은 해당 보도에 명백한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개월간 공화당과 민주당 인사 45명을 인터뷰한 것을 근거로 바이든 대통령의 인지력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이는 여러 사례를 제시했다.
WSJ은 1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통과를 설득하기 위해 공화당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등 의회 요인들과 만났을 때 너무 희미하게 이야기하는 통에 알아듣기 어려웠다는 참석자들 평가를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핵심 내용을 적은 노트에 의존에 대화를 이어갔고, 중간에 긴 시간 동안 말을 멈췄으며, 가끔 듣고 있는지 의문일 정도로 오랫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고 한다.
지난 2월 집무실에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일대일로 회동했을 때도 바이든 대통령은 정부의 에너지 정책 변경에 대해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또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이 공화당 하원 의원들과 연방정부 부채 한도를 늘리는 문제를 협상할 때도 그의 태도와 세부 사항 파악 정도가 하루하루 달랐다고 협상 당사자였던 케빈 매카시 전 하원의장이 말했다. 매카시 전 의장은 “나는 그가 부통령이었을 때(2009∼2017년)도 만났는데 그는 (부통령 때와)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보도에 대해 민주당 인사들은 분노를 드러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은 엑스(X)에 “바이든을 직접 겪으며 본 그의 지혜와 경험 등을 이야기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공격에만 집중했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안 회의에 참석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바이든 대통령은 놀라울 정도로 강하고 추진력과 결단력 있었다”고 강조했다.
백악관은 이번 보도에 정치적 동기가 담겼다고 비난했다. 앤드루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WSJ이 공화당 의원들이 수년 동안 폭스뉴스에 내뱉었던 것과 똑같은 거짓 주장을 했을 때 이를 뉴스거리라고 생각한 것은 조금 놀랍다”고 밝혔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백악관 내부에서는 WSJ가 대선을 앞두고 당파적으로 돌아선 신호라는 해석이 있다”면서 “WSJ 소유주 루퍼트 머독이 트럼프의 승리를 선호한다는 추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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