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 날 부산의 한 아파트 창문에 욱일기를 내걸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주민이 결국 욱일기를 슬그머니 내렸다. 현재는 ‘민관합동 사기극’이란 문구가 적힌 현수막만 붙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욱일기를 내건 주민 A씨는 2007년부터 이어지던 지자체와 갈등을 공론화할 목적으로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아파트가 건설될 때 수영구가 공유지인 구거 부지를 용도폐기하고 민간 사업자에게 매각했는데, 이해관계자인 A씨는 용도폐기한 행정처분이 무효라고 주장하며 소송전을 벌여왔다.
그 결과 2013년 법원이 A씨의 손을 들어줬고, 2016년에도 재차 소송전이 벌어졌지만 A씨가 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A씨는 행정청의 용도폐지 처분이 무효가 돼 부지가 다시 공유지로 된 만큼 수영구는 등기를 고치고 일대 주민들이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영구는 A씨의 의견을 다시 청취한 뒤 원칙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장기를 걸기 위해 지난해 말 해당 아파트로 전입했다는 A씨는 "한국 법령의 효력이 미치지 못하는 이곳은 일본 땅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욱일기를 걸었다"는 입장이다. 그는 "욱일기 등을 건 것에 대해서는 사과할 용의가 있으나 전 국민이 알아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 이렇게 했다"고 주장했다.
향후 이 같은 행동을 반복할지에 대해서는 "건설 비리를 고발하기 위해 함께 움직이는 분들이 있어 향후에 행동을 멈출지는 의논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현충일인 6일 A씨가 아파트 창문에 내건 욱일기 사진이 언론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며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경찰과 지자체까지 나서 해당 집을 찾아가 욱일기를 내리라고 설득하려 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신상 털기도 잇따랐다. 이름은 물론 아파트명과 호실, 의사인 직업까지 알려졌다. A씨의 현관 앞에 음식물로 추정되는 오물과 ‘토착왜구’ 등의 비난 글로 뒤덮인 사진도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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