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출산율은 0.72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올해는 0.6명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저출생 극복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7명의 자녀를 낳은 젊은 부부가 화제다.
주인공은 서울 중구에 거주하는 전혜희·조용석 부부다. 29세 동갑내기인 이들은 2월 일곱째 아들 시환 군을 출산했다. 시환 군이 생후 100일을 넘긴 최근 그들의 자택을 찾았다. 집 안에는 시환 군을 비롯해 서현(11) 양, 시은(8) 양, 시윤(7) 양, 시후(6) 군, 시율(5) 양, 시훈(4) 군의 장난감과 옷·기저귀 등이 가득해 다둥이 집임을 실감하게 했다.
일곱째 출산 축하 인사를 전하자 아내인 전 씨는 “그동안 동네 주민은 물론 중구청과 기업 등에서 축하를 해줬다”면서 “많은 사람이 축복해준 만큼 아이들을 잘 키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 씨는 대학을 다니다 현재 휴학 중이며 남편인 조 씨는 직업군인(육군 하사)이다. 남편 혼자 외벌이를 하다 보니 7명의 자녀를 키우는 것은 만만치 않다. 전 씨는 “우리 수입이 넉넉지 않아서인지 일곱째를 낳았을 때 주변에서 축하도 많이 했지만 ‘어떻게 키울 것이냐’는 우려의 시선도 많았다”고 전했다. 전 씨의 친정에서도 7명을 어찌 감당하려느냐며 걱정을 했다고 한다. 조 씨 역시 “일곱째 출산 소식에 부모님과 주변에서는 걱정을 많이 한 반면 부대에서는 저출생 시대에 국가를 위해 애국했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다”면서 “중요한 것은 7명의 아이들을 건강히 잘 키워서 국가와 사회에 꼭 필요한 인재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녀가 많다 보니 이들 부부는 다른 가정처럼 평범한 생활을 하기는 힘들다. 우선 주말에 가족들과 외출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한다. 부부와 자녀들까지 9명이 함께 이동하려면 아이들 용품 등 챙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고 현재 소유한 경차에는 9명이 탈 수 없어 택시를 2대는 불러야 한다. 가족 외식을 해본 지는 몇 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힘들게 생활하는 것만은 아니다. 7명의 아이들이 전 씨 부부에게 있어 삶의 희망이자 큰 기쁨이기 때문이다. 전 씨는 “우리 아이들은 그야말로 보물이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조 씨도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특히 학교나 어린이집에서 가족 그림을 그려와 보여줄 때면 너무 행복하다”고 했다.
이들 부부의 현재 목표는 좀 더 큰 집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다. 현재 이들이 살고 있는 47.29㎡(14.3평) 규모 아파트는 방 2개와 주방이 전부다. 이곳에서 9명이 생활하다 보니 잠자리가 불편함은 물론 아이들이 제대로 놀 공간도 부족하다.
전 씨는 “이런 우리의 사정을 아는 중구와 기업에서 다행히 도움의 손길을 주고 있다”며 “얼마 전 김길성 중구청장이 직접 방문해 1000만 원을 출산축하금으로 주셨고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나중에 집 살 때 보태라고 1억 원을 후원해주셨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집이 더 좁게 느껴질 테니 빨리 돈을 모아 지금보다 넓은 집을 마련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 씨 부부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부모가 원하는 특정 진로를 아이에게 강요하지 않고 자녀들의 선택을 존중하겠다는 것이다.
부부는 또 현재는 자녀 양육에 집중하고 있지만 자신들 각자의 꿈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조 씨는 군인의 본분을 잊지 않고 국토방위에 일조하고 전 씨는 남편과 같은 직업군인과 경찰을 돕는 게 꿈이다. 전 씨는 “한 대학의 군경상담학과를 다니다 휴학 중인데 이 전공은 남편의 영향으로 택하게 됐다”며 “9월에 다시 복학해 군인·경찰 심리상담가가 돼 이들에게 심적인 도움을 주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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