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 시간) 유럽연합(EU)의 입법기관인 제10대 유럽의회 선거가 끝난 가운데 EU 이사회는 17일 향후 5년간 EU를 이끌 지도부 구성 논의에 돌입한다. 현 집행위원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의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의외의 인물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EU 이사회를 구성하는 27개국 정상들은 1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비공식 정상회의를 통해 새 지도부 구성을 논의하고 27~28일 정례 정상회의에서 집행위원장 후보를 확정 지을 예정이다.
EU 기본법 격인 리스본조약은 ‘집행위원장 지명 시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고려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EU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정치그룹(교섭단체) 대표 후보를 우선적으로 차기 집행위원장 후보로 고려하는 ‘슈피첸칸디다트(선도후보)’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현 집행위원장의 연임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회가 9일 저녁 8시 30분께 발표한 1차 예상 의석수 분석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제1정치 그룹 격인 중도 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EPP)은 전체 720석 중 186석(25.83%)을 얻어 유럽의회 내 제1당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EPP의 대표 후보인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유럽 시민들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은 강력한 유럽”이라면서 “좌우 극단에 맞서는 요새를 구축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문제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집행위원장 후보로 지명되더라도 확정을 위해선 마지막 관문인 유럽의회 인준 투표를 거쳐야 하는데 720명 중 과반인 최소 361명의 지지가 필요한다.
2019년 그를 지지했던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과 중도 자유당그룹(Renew Europe)은 EPP가 강경우파나 극우와 연대할 경우 그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EPP 내부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선도후보 제도 자체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게 아닌 만큼 논의 과정에서 의외의 인물이 등장할 수도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2019년 선거 당시 EPP 선도 후보가 아니었지만, 정상 간 '밀실 논의' 끝에 집행위원장 후보로 갑자기 등장했다. 당시 그의 임명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번에는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를 지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연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새로 선출된 집행위원장은 EU 각국의 추천을 토대로 9월 중 국무위원 격인 집행위원 26명 후보 명단을 작성해 의회에 제출하게 된다. 집행위원단은 지역, 성별, 담당 업무 등을 고려해 EU 회원국에 한 자리씩 할당된다. 새 집행부는 유럽의회에서 인사청문회, 임명 동의 투표 등을 거쳐 12월 1일 공식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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