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주말 두 차례에 걸쳐 ‘오물 풍선’ 310여 개를 살포한 데 이어 ‘새로운 대응’이라는 표현으로 추가 대남 도발을 시사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9일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대북 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한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이 대북 민간 단체의 전단 살포를 빌미로 8일 오물 풍선을 날렸고, 이에 우리 정부가 9일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그날 저녁 다시 오물 풍선을 날리며 또 다른 도발을 예고한 것이다. 북한이 지난달 28일 이후 네 차례에 걸쳐 살포한 대남 오물 풍선은 총 1600여 개로 추정된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탄도미사일 무더기 발사 외에도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오물 풍선 등 저질 도발로 심리전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고 있지만 한반도 긴장 조성으로 우리 국민들의 불안을 고조시키고 그 탓을 윤석열 정부에 돌려 남남 갈등을 유발하려는 노림수로 풀이된다. 나아가 미국의 11월 대선을 앞두고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도발로도 볼 수 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군은 북한의 추가 군사 도발 등 최악의 가능성에 대비해 치밀하게 대처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2015년 때처럼 고정식 확성기에 대한 고사포 사격이나 오물 풍선에 생화학 물질·폭발물 부착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과거 연평도 포격, 천안함 폭침 등과 유사한 해상·수중 공격, 휴전선 비무장지대(DMZ) 긴장 고조, 사이버 공격 등 북한의 다양한 도발 가능성을 모두 상정해야 한다. 북한이 실제 도발에 나설 경우 군은 ‘즉강끝(즉시·강력히·끝까지) 응징’을 할 수 있도록 평소 군 기강을 확립하고 실전 훈련을 반복해야 한다. 평화를 지키는 데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거대 야당은 더 이상 안보를 정쟁의 소재로 삼으려 하지 말고 북한의 어떠한 도발에도 초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 군인과 주민의 동요를 끌어내는 효과가 커 북한이 늘 민감하게 반응해온 만큼 만반의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갖추고 국론을 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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