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은 신이 만들었지만 네덜란드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말이 있다. 네덜란드 사람의 의지 격언이다. 간척으로 국토를 늘린 사실도 한몫한다. 국토의 17%를 강·늪·바다를 메워 만들었다. 그런 땅과 환경에서도 세계 최고 농업 국가가 됐다. 네덜란드는 자연환경을 넘어 인간 의지로 농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땅에 대한 의지는 한국도 만만찮다. 한국의 한 사람당 경지면적은 세계 끝자리다. 그만큼 먹고사는 데 땅은 귀하다. 한반도에서 사람이 스스로 땅 만들기에 대한 의지를 보인 것은 고려 때부터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1962년 ‘공유수면매립법’을 만들면서다. 전체 1359㎢의 간척지 개발을 계획했다. 서울 면적의 2.2배쯤 된다. 이미 지난해까지 1040㎢는 개발을 끝냈다.
처음에는 모든 개발 땅을 농어업 목적에 사용하기로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래저래 목적을 바꿔 도시도 만들고 민간에 팔기도 해서 지금은 320㎢만 국가 관리로 남았다. 이것만은 농어업에 써야 한다. 세계가 식량안보를 강조하는 때다. 심지어 해외까지 나가 식량을 생산해 수입을 시도하는 참에 가능한 한 국내 농지는 지켜야 한다.
그런데 국가 관리 간척 농지의 활용이 아쉽다. 2010년부터 정부는 간척 농지 활용 기본 구상을 시작했고 올해 말이면 2019년에 시작한 1차 간척 농지 활용 5개년 종합계획 기간이 끝난다. 11개 농어업 용도로 활용을 계획했으나 대부분 실적이 낮고 일부 용도는 거의 묵힌다. 쌀 과잉생산의 그림자일 수 있다. 그렇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이다. 이 상태에서 2차 5개년 계획을 만든다는데 또다시 겉도는 계획이어서는 안 된다. 이번에는 간척 농지를 이용해 민간 기업의 농업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만큼 과감한 계획이 돼야 한다. 아예 희망하는 민간과 소통하며 계획할 필요가 있다. 생산 가능 간척 농지를 잘 활용하지 않는 것은 식량자급률 20%대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요즘 청년 농업 확대는 정부 정책의 최우선이다. 농업을 꿈꾸는 청년이 쏟아내는 가장 큰 외침이 땅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토지 비용은 한국 농산물 생산비에서 가장 큰 몫을 차지한다. 쌀 생산비를 보면 토지 비용이 32%나 된다. 그만큼 토지 공급이 경직되고 농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의미다. 간척 농지를 오랫동안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현실과 모순된다.
세계는 지금 식량안보 경주를 펼친다. 아무리 기술·자본·스마트농업 시대라 해도 농지는 최우선 농업 자원이다. 간척 농지는 땀·돈·의지·시간을 녹여 만든 땅이다. 효율적으로 관리·사용하지 않으면 국가 장래가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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