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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스&] 더 나은 삶 위해…'인간'에 주목한 경제학자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

아마르티아 센 지음, 생각의 힘 펴냄





인도 뭄바이에 건설 중인 초고층 빌딩. 그 앞에 펼쳐진 빈민가의 풍경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로이터연합뉴스


빈곤은 물리적 결핍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극단적 굶주림에 처한 사람은 먹을 것을 찾기 위해 도둑질을 하거나 구걸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위험에 직면한다. 그래서 오늘날 많은 후생경제학자들은 빈곤하지 않을 권리를 안전할 권리와 같은 말로 여기며, 복지 국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19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후생경제학은 학계에서 낯선 개념이었다. 전 인류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로 갈려 광기 가득한 싸움을 하고 있던 시기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아마르티아 센은 이 같은 엄혹한 세상에서 ‘경제학은 인간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학문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1933년 영국의 식민지였던 인도에서 태어난 센은 인도를 뒤흔든 벵골 대기근과 힌두·무슬림간 종교 분쟁 등을 보며 큰 충격을 받았다. 이런 유년시절의 강렬한 경험으로 그는 경제학이라는 학문에 몰두하게 된다.

신간 ‘세상이라는 나의 고향’은 빈곤, 격차, 불평등에 주목하며 경제학뿐 아니라 철학, 정치학 등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아마르티아 센이 자신의 사상을 형성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사건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이다. 책 속에서 센은 자신의 시선을 빈곤과 불평등으로 향하게 한 인생의 몇 가지 결정적 장면을 펼쳐 놓는다.



화학과 교수였던 아버지와 힌두이즘 학자였던 외할아버지 덕분에 저명한 학자들에 둘러싸여 자란 센은 다양성을 주요 커리큘럼으로 하는 산티니케탄 학교에 다닌다. 센이 주류에 의문을 제기하고 호기심을 키울 수 있었던 건 이같은 어린 시절의 양육 환경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영국이 2차대전 이후 복지정책을 실시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전쟁이 일으킨 절박함으로 사람들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전에 없이 가까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타인과 가까워진 영국 사회가 서로의 복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제도 개혁이 촉진됐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강하게 계층화된 사회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경향도 관찰되며 민주주의와 언론이 빈곤을 퇴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효용극대화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 경제학의 방향을 ‘인간의 좋은 삶을 위한 학문’으로 바꾸는 데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8년 아시아인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기근, 인간개발, 빈곤, 젠더, 정치적 자유주의까지 방대한 영역을 아우르는 그의 모든 학문적 업적에는 언제나 ‘인간’이 있었다. 우리는 인간을 국가, 언어, 종교 등 하나의 정체성으로 가두려 하지만, 센은 수많은 정체성이야말로 우리 각자를 자기 자신이 되게 하고, 그런 정체성을 인정하는 것이야말로 세상을 관용적으로 만든다고 말한다. 러시아, 이스라엘 등 세계 곳곳에 정체성을 근거로 총칼을 겨누고 있는 지금, 시대의 지성 센의 가르침을 다시 새겨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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